대마초 흡연은 언제부터, 왜 범죄가 되었나

중앙일보

입력 2017.06.06 02:00

수정 2017.06.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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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는 약 200년 전까지는 주로 진통제로 쓰였다. 기원전부터 중국·인도 등지에서 통증 조절의 목적으로 사용됐고, 19세기 중반에 유럽으로 전파됐다. 
 
효과 좋은 진통제들이 나오며 약으로서의 수요는 줄고 환각 상태를 즐기기 위한 '오락용 흡연'이 더 많아졌다. 중독의 위험성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1937년 미국 연방정부는 '마리화나(대마초) 세금법'을 제정했다. 1970년대에는 대마초를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로 규정했다. 

1975년 적발된 대마초 흡연자에게 압수한 장비들. 1970년대 대학생과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대마초 흡연자가 늘어나 사회 문제가 됐다. [중앙포토]

 
한국에서 대마는 실을 만드는 소재로 오랜 동안 쓰여왔다. 1960대 중반에 도취감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지면서 대마초 흡연이 곳곳에 퍼졌다. 특히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던 기지촌을 중심으로 대마초 공급이 이뤄졌다. 점차 젊은이들 사이에서 대마초 흡연이 증가해 1970년대 중반에는 대학가와 연예계로 퍼졌다. 당시 대마초는 '해피 스모크'로 불렸다.

불법화된 지 오래되지 않아, 합법인 나라도
중독성 등 해악의 정도에 대한 논란 여전
한국에서는 불법으로 보는 시각이 견고한 편

정부는 1970년에 습관성의약품관리법을 제정한 뒤 본격적인 대마초 단속을 시작됐다. 1976년 대마관리법을 제정하며 대마 흡연자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이 집중단속 때 대마초 흡연자 1460명이 적발됐다. 이후 제정된 마약류관리법(2000년부터 시행)에 의해 대마초 흡연은 계속 금지되고 있다. 법이 정한 마약류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및 원료 물질을 말한다.
 
마약류관리법은 지난해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제조법이나 불법 광고를 단속하기 위한 제재 조항이 추가돼 지난 3일부터 새 법이 시행될 정도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1976년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된 연예인들의 재판 현장. [중앙포토]

 
그동안 국내에서도 대마초 합법화 운동이 있었다. 2004년 배우 김부선씨가 수원지법에 자신의 대마초 흡입 혐의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김씨는 1983년 처음 대마관리법 위반(지금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으로 적발됐고, 2004년까지 5차례 입건됐다. 
 
대마초는 신체 위해 정도가 낮고, 환각제가 아니며, 사회적으로 위험하지 않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었다. 그에 비해 처벌 규정은 지나치게 강력해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다며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수원지법은 김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단호했다. "대마초 흡연 욕구는 기호품에 관한 개인적 욕구에 불과할 뿐 불가결의 권리는 아니다"며 "70년대 중반 이용이 확산했을 뿐, 대마 규제가 법 감정과 시대 상황에 맞지 않을 만큼 비합리적이라 볼 수 없고 오히려 규제의 필요성이 강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2005년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우 김부선씨의 재판을 앞두고 문화예술인들이 대마초 합법화 및 사회적 금기 해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중앙포토]

 
사법 당국과 정부의 방침은 확고하지만 대마초 합법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를 비롯해 대마초 합법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대마초에 오래 노출되면 단기 기억력이 감퇴하고, 운동감각이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타르 함량이 담배의 2배라는 점도 지적한다. 대마초로 시작해 다른 마약까지 손을 대는 이른마 '관문 효과'(gateway way drug theory)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2015년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연구팀이 대마초를 매일 피울 경우 환청이 들리거나 환영이 보이는 심각한 정신질환이 발병할 확률이 5배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대마초 흡연이 인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반면, 대마초를 '비범죄화' 해야한다는 측에서는 대마초를 술·담배처럼 기호품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마약범죄 형사법 전문가인 박진실 변호사는 "설탕이나 술·담배도 많이 먹으면 몸에 안좋아 권장할 것은 못되지만, 남용한다고 범죄자로 규정짓지는 않는다. 형벌권 발동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대마초의 경우 국가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간섭하는 것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개인간 거래는 제한하는 등 과도한 사용에는 제동을 걸어야 하지만 일정 소비량까지는 형사처벌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마초 사용을 형법으로 금하는 것이, 대마초 제조와 유통을 음성화 시켜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견해도 있다.

대마초 합법화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중'이다. [중앙포토]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해외 선진국의 합법화 사례가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18세 이상의 성인은 대마초를 파는 커피숍에서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피울 수 있다. 공공장소가 아닌 사적인 장소에서 대마초를 피우는 것도 허용된다. 
 
미국의 경우 29개 주에서 합법적으로 의료용 대마초를 사용할 수 있고, 워싱턴DC와 8개 주에서는 여가용 대마초까지 합법화됐다. 캐나다는 내년 7월까지 오락용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 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대마초 흡연자들에 대해 징역형을 없애고 벌금만 부과하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일부 국가의 대마초 합법화 추진에는 단속과 처벌에 드는 '비용' 문제도 내포돼 있다. 미국의 경우 2012년 65만 8000명이 대마초 소지 혐의로 체포될만큼 처벌 대상이 많아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규제에 따른 효과도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차라리 대마초를 합법화하는 대신 담배처럼 높은 세금을 부과해 사용을 통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는 마리화나 제조업체에 세금 15%를 부과하고, 소비세도 10% 부과하고 있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먼저 대마초를 합법화한 콜로라도주는 사용을 통제하기 위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마초의 중독성도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 국립 약물남용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대마초 사용자 8000명 가운데 9%만이 의존증 현상을 보였다. 술(15%), 담배(32%)보다 중독 수준이 낮다.  
 
미국·캐나다 등이 대마초 합법화에 적극적인 이유 중 하나는 대마초 성분이 제약업계에서 관심을 갖는 신약 물질이기 때문이다. 대마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로 유명한 제약회사 GW 파마슈티컬스는 지난해 '드라벳 증후군'이라는 중증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 결과 대마초를 기반으로 한 약물이 발작성 간질횟수를 39% 줄였다고 발표했다. 대마초가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완화해 화학 치료를 받는 환자의 식욕을 살려주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2014년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을 통해 대마초 금지를 1920~30년대 미국의 금주령에 비유하며 "알코올보다 훨씬 덜 위험한 물질을 규제하기 위해 지나치게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됐다"며 성인의 대마초 흡연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대마초 흡연을 처벌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견고해서 합법화 주장 자체가 비난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마초 흡연에 대해 보다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