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와 달리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수술대에 올린 건 평가할 만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출범한 국민안전처의 사형선고는 당연하다. 연간 예산 3조원, 직원 수 1만3000명의 메머드급 부처지만 경주 지진을 비롯한 각종 재난·사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 부활되는 해경과 소방청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각오를 다지기 바란다. 중소기업 활성화와 벤처산업 육성 역할을 할 중소벤처기업부도 마찬가지다. 관련 부처와의 업무 교통정리와 효율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이번 개편안에 시급한 국가 어젠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건 유감이다. 저출산 극복과 관광산업 활성화, 통상 대책이 그렇다. 정부는 내년에 추가 개편을 예고했지만 그때까지 놔둘 사안이 아니다. 우선 저출산 극복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처럼 ‘1억 총활약상’(장관)을 두거나 인구부총리 또는 인구부 신설을 고려했어야 했다. 보건복지부에만 맡겨 두니 지난 10년간 100조원 넘게 쏟아붓고도 출산율만 곤두박질한 게 아닌가.
미래 성장동력인 관광산업에 대한 고민의 흔적도 없다. 관광청(가칭) 신설이 어렵다면 블랙리스트로 신뢰를 잃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기능과 역할 재조정을 고려했어야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통상 난제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통상교섭본부 신설만으로 대처가 가능한지도 논란이다.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기 전에 국가 어젠다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