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3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회담을 마치고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지난달 2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오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을 보고했나’란 질문에 옛시조의 한 대목을 읊은 것이다. ‘말하기 좋다 하고…’로 시작하는 작자 미상 시조로, ‘말 때문에 시끄러워지니, 차라리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게 낫다’는 뜻이다. 한 장관은 “조사가 되고 나름 정리되고 하는데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게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옛시조 인용, 난처한 처지 표현
싱가포르서 매티스 미 국방에겐
사드 논란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조치’에 관해선 “보고 누락이나 환경영향평가 등을 적시하진 않았고 다른 해석이나 덧붙임이 있는 얘기는 안 했다”고 했다. 청와대가 준비한 모범답안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만 했다는 의미다. 매티스 장관에게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고 설명한 보고 누락 논란의 주요 당사자 중 한 명은 한 장관이다. 청와대의 조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현직 장관이라는 신분 때문에 본인이 개입된 논란을 미국 측에 설명하는 역할까지 떠맡았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까 하노라~’란 시조를 읊은 건 곤혹스러운 자신의 처지를 자조한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장관은 지난 2월 매티스 장관과의 회담과 사전 실무협의를 통해 사드 체계 배치를 4월 내(한국의 새 정부 출범 전)에 마무리하기로 합의한 당사자다.
싱가포르=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