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례적으로 초여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파장은 만만치 않다. AI 바이러스는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특성상 주로 철새가 날아오는 겨울철과 초봄에 발생한다. 반면 여름철에는 고온·고습한 환경을 견디지 못해 사멸하는 게 일반적이다. AI가 계절에 상관없이 연중 상시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고병원성으로 판명될 경우 변종까지 걱정한다.
이번 사태는 문재인 정부 위기 대응의 첫 시험대다. 지난해 11월 AI가 처음 발생했을 때 박근혜 정부는 초동대응에 실패해 방역 골든타임을 놓쳤다. 촛불정국 속에 공무원들은 허둥댔고 컨트롤타워도 무너졌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가금류 3787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달걀 값이 폭등해 수입까지 했다. 가금류 기반도 붕괴됐다.
새 정부가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면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이낙연 총리는 “모든 가용자원을 동원해 초동방역을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농식품부도 AI 위기 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 데 이어 오늘부터 전국 전통시장에서 생닭 거래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 AI를 물리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총리가 컨트롤타위가 돼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빈틈없는 방역과 정밀한 역학조사, 유통경로 파악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여름철에 방역망이 뚫려 다시 AI가 창궐한다면 겨울철 재앙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 바짝 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