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J카페] 일본서 '金값' 된 김…한국서도 '금가루' '금밥' 되는 날 올지도

중앙일보

입력 2017.06.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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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김 [위키피디아]

 
요즘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서 김값이 올랐다는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5000원대이던 8절 김 16봉짜리가 7000원대로 올랐다는 얘기가 적지 않게 나옵니다. 김은 저렴한 편이라 가격 등락이 잘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요즘 실제로 오르긴 올랐나 봅니다.
 
일본에서 김 가격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 원료 가격이 지난해보다는 평균 14% 올랐다고 2일 보도했죠. 온난화로 인한 김의 성장 부진과 병해를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일본 도매시장에서 노임을 포함한 김값은 20%정도 올랐습니다. 밥에 뿌려 먹는 후리카케 등 김 가공식품도 10~40% 올랐습니다. 일본 최대의 수산시장인 도쿄 츠키지시장의 상인들은 상품으로 쓰기 어려운 저급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온난화·병해로 김 작황 부진
일본 도매 가격 20%, 김 가공식품 10~40% 상승
일본 김 공급 10억 장 부족…한국·중국에서 수입
대일 수출 증가로 한국에서도 가격 상승 가능성

일본에서 김은 가장 기본적인 밑반찬이다.

 
도매값 상승은 당연히 소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겠죠. 일본의 니코니코노리는 가정용 김 60종을 4월 1일 출하분부터 가격을 15% 인상했고, 5월 1일에는 13종의 가격을 올렸습니다.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러운 오오모리야 같은 회사들은 1일부터 포장 규격을 줄여 용량을 20% 감량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김 가격 상승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김 수요는 연 85억장 정도로 추산됩니다.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자국 생산량은 총 75억3837만장입니다. 부족한 10억장은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습니다.
 

2월 16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 의창수협 수산물위판장. 양식어민들이 햇 김을 출하하느라 분주하다. [중앙포토]

 
그런데 중국 역시 수온 상승과 연안 개발 등으로 김 생산량이 줄고 있습니다. 한국으로부터 수입을 늘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일본과 중국에 비해 비교적 풍작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요즘 김의 체감가격이 오르는 것은 일본의 수입량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지난달 17일 도쿄에서 열렸던 김 수출 입찰·상담회에서는 역대 최대인 438억원(5억2500만장) 규모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기도 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김 생산 부진이 한국 밥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앞으로 '김가루'를 '금가루'로, '김밥'을 '금밥'이라고 부를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