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터 딘 마이어스 지음, 이윤선 옮김, 돌베개, 252쪽, 1만3500원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1주기 맞은 알리 평전 『더 그레이티스트』
‘인종차별’은 알리의 삶을 지배한 단어였다. 알리는 스물두 살까지 ‘캐시어스 마셀러스 클레이’란 이름으로 살았다. 그가 태어났을 때 미국 사회에서 인종차별은 합법이었다. 흑인들은 ‘백인만 입장 가능’한 식당이나 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고, 버스나 영화관에서 백인과 나란히 앉을 수 없었다. 1954년 열두 살이던 알리는 자전거를 잃어버린 뒤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자전거 도둑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권투에 그는 온 정열을 쏟았다. 60년 로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64년에는 헤비급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부유하고 편안한 삶이 보장된 바로 그 때, 그는 용기를 낸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살겠다는 용기였다. 그는 64년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이름을 ‘무하마드 알리’로 바꿨다. 흑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인종차별에 맞서 흑인 인권운동에 나서겠다는 선언이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그의 경기 전략은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67년 베트남 징병을 거부하고 세계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한 일은 그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다. 그는 최고 전성기인 25세부터 28세까지 권투를 금지당했지만, 그의 뜻은 마침내 통했다. 71년 연방대법원이 그의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한 것이다.
저자는 알리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의 성화를 점화하는 순간까지 그의 삶을 따라갔다. 파킨슨병으로 손이 떨리고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진 알리에게서 저자는 또 ‘용기’를 읽어낸다.
“자신의 상태를 기꺼이 세상에 드러낸 알리의 태도는 아주 용감하고 고무적인 행동이다. (…) 그리고 옳은 일을 하는 것은 무하마드 알리가 늘 보였던 모습이다.”
=S박스=
『더 그레이티스트』의 저자 월터 딘 마이어스(1937∼2014)는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작가이자 아동문학가다. 미국 최고의 아동문학상인 뉴베리 아너 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뛰어난 흑인문학 작가에게 수여되는 코레타 스콧 킹 상을 다섯 차례나 받았다. 『몬스터』『소년 정찰병』『어둠 속 어딘가』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마이어스는 뉴욕 할렘에서 성장했다. 친어머니가 여동생을 출산하다 사망한 뒤 친아버지의 첫 부인인 플로렌스 딘과 허버트 딘 부부에게 맡겨져 자랐고, 훗날 양부모에 대한 존경을 담아 미들네임을 ‘딘’으로 개명했다. 그는 1960년 TV를 통해 무하마드 알리를 처음 보았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 위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이 책의 집필을 마친 뒤 “알리는 미국인으로, 권투 선수로, 아무리 역경이 벅차고 아무리 적이 거대해도 기꺼이 그 역경에 저항한 정의의 구도자”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