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뒤인 오후 2시. ‘우~웅~’ 하는 굵은 저음과 함께 공주보 6개 보 가운데 전도식인 1·3·5번 수문에서 커다란 포말을 일으키며 짙은 갈색의 물이 방류됐다. 공주보 수문을 관리하는 금강보관리단(부여 백제보 소재)에서 원격으로 수면 아래에 있는 60도 기울기의 수문을 18도로 낮추면서 저장됐던 물이 하류로 흘러내려 간 것이다.
방류를 지켜보던 주민들은 “말로만 듣던 보가 드디어 열렸네요. 어떻게 될지 걱정되지만, 물이 시원하게 쏟아지니 보기엔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민 140여 명은 보가 개방되기 1시간 전부터 나와 현장을 지켜봤다.
금강보관리단은 보의 안전을 고려해 수문의 기울기를 서서히 조정했다. 수문 기울기가 18도까지 완전히 기울기까지는 10분가량이 걸렸다. 보가 개방되면서 공주보에선 초당 최대 150t의 물이 하류로 내려갔다.
오후 2시부터 3개 수문 열고 초당 최대 150t 물 방류
개방 10시간 뒤 수위 8.75m에서 8.55로 20㎝ 내려가
농민들 "가뭄인데 농업용수 공급 차질 빚는다" 우려
공주보 상시 개방으로 현재 수위가 4.12m에 불과한 백제보가 가장 먼저 혜택을 입게 됐다. 백제보는 관리수위는 4.2m지만 하루 11만t의 물을 보령댐으로 보내면서 보의 물을 계속 하류로 흘려보낸 탓에 수위가 낮아졌다.
백제보의 저수량은 2520만t으로 7월로 예정된 금강~예당저수지 도수로 물도 백제보에서 끌어다 쓰게 된다. 예당저수지로 보내는 물은 하루 25만t으로 예정돼 있다.
공주보가 방류되면서 금강 물을 끌어다 쓰는 주민들은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정부가 가뭄을 우려해 수위를 20㎝만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장기적으로 수위가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 장군면에서 농사를 짓는 임모(74)씨는 “올해는 더 가물고 더위도 일찍 온다는 데 물 공급이 안 되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주시 송선동 이승주(50) 통장은 “물을 많이 빼서 농업용수를 끌어올 수위보다 낮아지면 문제가 있는 만큼 수위조절을 잘 해야 한다”며 “수문 개방으로 자동여과가 잘 진행돼 좋은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주보 상류에서 3개의 양수장이 가동 중이다. 이들 양수장은 세종과 공주지역 논과 밭 585㏊에 하루 평균 7만6000의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이번 수문개방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수문 개방으로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되고 장기적으로는 보가 철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