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보다 도시, 휴식보다 쇼핑을 즐길 것 같다.
"물건을 많이 챙기는 편이 아니다. 가볍게 떠난다. 그래도 내 전부가 들어있는 노트북은 꼭 들고 간다. 여행가면 실제로 사용할 일은 별로 없는데도 꼬박꼬박 가져간다. 노트북을 여행 중에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2016년 인도양 섬나라 세이셸에서다. 노트북을 캐리어에 넣어놨는데 이동 중에 캐리어를 분실했다. 잠이 안 올 정도로 속상했다. 인도양 바다를 곁에 둔 풀빌라를 숙소로 잡았는데 워낙 패닉 상태라 눈에 들어오는 게 없었다. 새카만 밤이 됐는데, 갑자기 수영이라도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 캐리어에 수영복을 넣어놨던 지라 별 수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다 벗고 물에 들어갔다. 별이 수영장 안으로 쏟아지고 밤바다의 파도소리만 들렸다. 환상적이었다. 정말 해방됐다는 느낌이 들더라.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얻게 된 행운이었달까. 물론 개인풀장이라 가능한 일이었다(웃음). "
"노트북 사건 때문에라도 나는 세이셸 여행을 못 잊을 것 같다. 마음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세이셸은 너무 아름다웠다. 몰디브처럼 아름다운 옥빛 바다가 펼쳐지고, 섬 한편에는 우거진 열대우림이 있다. 바닷물에 발을 담갔는데 피부에 착착 감기더라. 단언컨대 그 어느 나라의 바닷물보다 보드라웠다. 세이셸을 대표하는 동물이 바다거북이다. 세이셸 바다거북 개체수가 인구의 세 배에 이른다. 카페를 가도 호텔에서도 바다거북을 반려동물처럼 기르는 게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가는 세이셸에서 디톡스를 제대로 했다.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왜 굳이 세이셸까지 찾아가 글을 쓰는지 알 만했다. 아, 참고로 세이셸을 떠나는 날 노트북과 트렁크를 되찾았다. 나는 세이셸 예찬론자가 되어 올해는 세이셸관광청 홍보대사까지 맡게 됐다. "
"6월에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로 여행을 간다. 프린스에드워드아일랜드는 빨강머리 앤의 배경이 된 동네다. 2016년 출간한 책 『빨간머리 앤이 하는 말』을 테마로 독자들과 함께 떠난다. 내가 회사를 다니며 소설가의 꿈이 멀어졌다고 절망했을 때, 인간관계에 실패했을 때, 그리고 회사에 사표를 냈을 때 빨강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빨강머리 앤에 이런 대사가 나오지 않나.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져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걸요.” 여행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