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 단체전에서 알파고가 ‘사람팀’을 상대로 254수 만에 백 불계승했다. 사람 대표로는 중국 랭킹 2위 미위팅, 4위 저우루이양, 5위 천야오예, 8위 스웨, 20위 탕웨이싱이 출전했다.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력을 가진 바둑 최강자다.
합동바둑 둔 중국 프로 5명과 대결
초반 팽팽하다 254수 만에 불계승
‘AI+인간’ 복식선 협업 가능성 발견
그 이후론 시종일관 알파고가 우세했다. 막판 제한시간까지 거의 다 사용한 ‘사람팀’이 별 소득 없이 돌을 던져야 했다. 대국이 끝난 뒤 저우루이양 9단은 “알파고가 예측하지 못한 수를 두는 바람에 놀란 적이 많았다”며 “다섯 명이 함께 바둑을 뒀지만 돌이켜보면 이렇다 할 기회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앞서 오전에 열린 페어대국에서는 롄샤오 팀이 구리 팀에 22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구리 9단과 알파고A가 한 팀을, 롄샤오 8단과 알파고B가 다른 한 팀을 이뤄 AI와 사람의 협업 가능성을 시험한 자리였다.
인간과 알파고가 번갈아 수를 놓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순번은 구리→롄샤오→구리팀 알파고→롄샤오팀 알파고로 돌았다. 중반까지는 구리팀의 호흡이 잘 맞았던 반면, 롄샤오 8단은 이따금 알파고의 특이한 수에 놀라며 알파고와 협동 작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중반 이후 롄샤오 팀이 상대 좌변 영토를 파괴하면서 분위기가 역전됐다. 구리 9단은 같은 편 ‘알파고’의 불계패 요청을 몇 차례 거절하며 뚝심 있게 대국을 이어 갔다. 하지만 결국 돌을 던졌다.
롄샤오 8단은 대국이 끝난 뒤 “바둑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실버 책임 개발자는 "페어 대국으로 사람이 AI를 활용해 무엇을 창조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네 명의 화가가 한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듯 매우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대국을 해설한 김성룡 9단은 “선수들이 알파고의 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앞으로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경기가 성행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 “페어 대국의 81, 83수에서는 사람과 AI의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구리 9단이 81로 의도를 선뜻 파악하기 힘든 수를 뒀지만 알파고가 그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83으로 보조를 맞췄다는 것이다.
27일에는 커제 9단과 알파고의 마지막 3국이 열린다. 이날 대국은 커제 9단의 요청에 따라 커제 9단이 백을 잡고 진행한다.
우전=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