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 미카엘 하네케 감독 인터뷰
유럽 난민문제 파격적 형식에 담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세 번째 도전
휴대폰 화면으로 오프닝·엔딩 처리
- 신작을 내기까지 5년이 걸렸다.
- “2~3년 주기로 작품을 해왔는데, 몇 년간 준비하던 ‘플래시몹’이란 영화가 불발됐다. 인터넷 세대를 그리는 영화였는데, 당시 구상한 디테일을 ‘해피엔드’에 많이 활용했다.”
- 유럽 난민 문제를 다뤘는데.
- “난 늘 열린 눈으로 현대 사회를 바라보려 한다. 그 주제는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너무 당연하게 내 안에 들어왔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 보호 본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지나치게 폐쇄적이다. 리얼 라이프를 외면하는 ‘장님 같은’ 사람들을 그리고자 했다.”
- 영화 오프닝과 엔딩 신을 모두 세로로 긴 휴대폰 화면에 담았다. 전전작인 ‘하얀리본’만 해도 35mm 필름으로 찍은 흑백 영화였다.
- “사람들은 내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걸 신기해한다. 하지만 영화감독은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세상은 격변해왔다. 명백히 미디어는 바뀌고 있다. 소셜미디어 없이는 현대 사회를 온전히 그릴 수가 없다. 동료 감독 중엔 필름 시대가 저문 것을 안타까워할 만큼 낭만적인 이들도 있지만, 기술이나 장비는 스토리를 위한 도구일 뿐이다.
- 소셜미디어가 삶을 어떻게 바꿨다고 생각하나.
-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점점 장님·귀머거리가 되고 있다. 정작 제대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산골이나 작은 시골마을 농부들은 소셜미디어 없이도 충분히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 위페르는 당신의 명확한 구상 덕에 매 장면 ‘정수’를 담을 수 있었다더라.
- “난 언제나 촬영에 앞서 스토리보드를 쓰고 편집 단계까지 그것을 엄격히 따른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늘 열려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당황하고 싶지 않아서다. 내가 나를 보호하는 방식이다.”
- 침묵으로 의미를 전하는 장면이 많다.
- “대사를 최대한 적게 쓰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관객이 자유롭게 상상하니까.”
-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면 ‘해피엔딩’은 다소 반어적 제목이다.
-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내가 살아온 삶을 기반으로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이 각자의 답을 찾게 하는 것이 영화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해피엔드’의 스크린 데일리 평점은 4점 만점에 2.2점. 등장인물이 많아 서사의 집중력이 전작만 못 하다는 평가도 있다. 때문에 하네케 감독의 세 번째 황금종려상 수상 예측은 다소 줄었지만, 세상을 신랄하게 고민하는 거장다운 시선은 여전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가 실제 바라보는 세상은 영화에 그린 것처럼 암담하기만 할까. 여전히 희망을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예술가들처럼 나도 이 세상을 위한 유토피아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무런 희망도 없으면서 신랄한 영화를 만드는 건 관객을 고문하려는 의도밖에 안 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사람들을 자꾸 멍청하게 만들어서 사고란 걸 못하게 하잖나. 그럴수록 영화가 더 치열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칸(프랑스)=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