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ㆍ李ㆍ朴 전 대통령 3인의 첫 수석회의 '일성'은?

중앙일보

입력 2017.05.25 12:03

수정 2017.05.25 18:03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보름만인 25일 오전 처음으로 청와대 참모진이 참석한 회의을 주재했다.  
 
장소는 문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 3층 소회의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 시작 전 손수 커피를 따르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 대통령은 양복 재킷을 벗은 ‘노타이’ 차림이었다. 참석한 비서실장ㆍ정책실장ㆍ안보실장ㆍ경호실장 등 청와대 4실장과 수석비서관ㆍ보좌관ㆍ국가안보실 1ㆍ2차장 등 총 18명도 문 대통령과 ‘드레스 코드’를 맞췄다.

노무현 "사정활동 속도 조절하라"
이명박 "의회의 안정이 필요하다"
박근혜 "정치는 국민을 위한 건데…"

이날 회의는 철저히 ‘토론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받아쓰기, 계급장, 결론이 없는 ‘3무(無) 열린 회의’를 지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ㆍ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첫 청와대 참모진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 대통령들이 첫 회의에서 밝힌 일성에는 취임 초기의 고민이 묻어있다.
 
“사정활동의 속도조절”
 
2003년 2월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 집현실에서 정부 출범 후 첫 수석비서관ㆍ보좌관 회의를 주제했다.


회의실로 들어서는 노 전 대통령에게 반기문 외교보좌관과 정찬용 인사보좌관 등이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 그는 “집이 엄청 크더라구요. 다리에 살이 올랐어요”라고 답하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속도조절’을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2월26일청와대에서 취임후 첫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했다.당시 민정수석이던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사정과 조사활동이 소나기 오듯일제히 일어나는 경향이 있어 국민들이 일상적인 것이 아닌, 정권 초기 현상으로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사정활동의 속도조절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서국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신구속이 국민 감정의 해소 차원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선안 된다”고 했다.
 
취임 초기부터 무리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거라는 우려에 대한 정지작업의 성격이다.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공식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일련의사건을 두고 새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기획사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언론에 제기되고 있고, 기업들이 걱정한다고 하니 새 정부는 그런 의도를 갖고있지 않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라고 불릴만큰 열린 토론을 선호했다. 그러나 당시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이후 잡혀 있던 외빈과의 접견 일정 때문에 10분만에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정치 안정을 위해선 의회 안정이 필요”
 
2008년 2월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현실’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당시엔 국회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가 난항을 겪던 시점이다.
 

2008년 2월 27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정치 현실이 가로막고 있지만, 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의회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4월 총선을 한달여 앞둔 시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의 말에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된 당시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의 당위성이 내포돼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라면값을 예로 들며 물가안정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새 정부는 무엇보다 경제살리기라는 국민적 기대에 맞춰서 일해야 한다”며 당시 대폭 인상된 라면값을 예로 들었다.
 
 이 전 대통령은 “라면값이 100원 올랐다. 평소 라면을 먹지 않는 계층은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라면을 많이 이용하는 서민들은 크다”며 “하루 10봉지 먹으면 1000원이고, 한달이면 몇만원이다.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실용주의’를 내세웠던 이 전 대통령은 ‘수석은 서열이 없다’는 지침에 따라 류우익 비서실장만 서로 마주보고 앉은 것을 제외하고는 ‘자유 좌석제’를 시행했다.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2013년 2월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회에 대한 비판으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당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2013년 2월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박 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오늘 김장수 안보실장이 참석 못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또 안보가 위협을 받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서 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셔야 할 분이 첫 수석회의에도 참석을 못한다는 것이 정말 걱정스럽고 안타깝게 생각된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어 “정치라는 것이 다 국민을 위한 것인데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제가 융합을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한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도 지금 통과가 안 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셨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도 물가안정을 당부했다.
 
 그는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인상으로 인해서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 서민층의 부담감이 더욱 가중될까 걱정”이라며 “서민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가격인상요인을 최소화하고 부당편승 인상 등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등 관계 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