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이 술집에선 테이블 3곳의 손님들이 해피벌룬을 사용하고 있었다. 술집에서 일반 풍선에 아산화질소를 넣어 부풀려 개당 5000원 정도에 판매한다. 손님은 풍선 속 기체를 들이마시고 다시 불기를 반복하며 아산화질소를 흡입한다.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고 웃음이 나기도 해 '해피벌룬'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술집에 따르면 해피벌룬의 인기는 매우 높다. 이곳 사장은 "술보다도 해피벌룬을 하려고 오는 사람이 요즘 부쩍 늘었다. 한 번에 10~20개를 사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손님에게선 눈이 풀려 있는 모습을 볼 때도 있어 조금 걱정은 된다"고 말했다.
풍선에 마취용가스 '아산화질소' 넣고 들이마셔
클럽에서 2030에 유행…한자리서 15만원 쓰기도
10여 초 몸 붕 뜨고 가벼워지는 '환각' 효과
의료계 "장기간 흡입시 저산소증, 뇌세포 손상"
인터넷서 거래… 휘핑크림용 주입 때도 쓰여
식약처 "마약류 아니라 판매·소비 규제 어려워"
20대의 이모씨는 "담배를 안 피던 사람이 처음 피웠을 때 머리가 핑 도는 느낌과 비슷하다. 이런 기분을 유지하려고 지난주 토요일에 클럽에서 6~7시간씩 풍선을 불었다"고 말했다. 해피벌룬을 해본 사람들은 이처럼 "해피벌룬에 환각 작용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관련 부처인 삭품의약품 안전처도 마땅한 규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식품의약처 김광진 마약정책과 연구관은 "아산화질소는 현재 의약품·식품에 정상적으로 쓰이는 물질이라 판매자·사용자를 처벌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중독성이 없어 마약류로도 처벌할 근거는 없다. 환경부와 대응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마취제에도 들어가는 가스를 일반인이 일상에서 마음대로 사용하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경희대병원 박성욱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해피벌룬의 유행과 관련해 "병원에서도 조심해서 쓰는 마취용 가스를 일상에서 쓴다는 것은 상상이 안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산화질소의 위험에 대해 "아산화질소는 확산이 잘 돼 산소보다 더 빨리 체내에 들어가기 때문에 산소가 체내에 흡수되는 걸 방해해 자칫 저산소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장기간 흡입하면 피를 만드는 조혈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그래서 병원에서도 아산화진소만 단독으로 쓰지않고 의사의 감독·지시 하에 산소와 같은 비율로 환자에게 투여한다"고 설명했다.
건강에 위해가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규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당서울대병원 김의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산화질소는 환각을 유발할수 있는 물질이다. 또 신경 독성 물질이라서 수시간씩 해피벌룬을 한다면 뇌세포가 손상될 수 있다.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산화질소가 쓰이는 건 위험할 수 있으므로 규제를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