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義人...신혼여행 대신 장학금 전하러 가는 소방의인 최길수씨

중앙일보

입력 2017.05.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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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수 소방관.[사진 계명대]

'소방 의인(義人)'으로 불리는 최길수(34) 서울 용산소방서 소방관이 신혼여행 대신 대구 모교를 찾는다. 성금 등으로 받은 500만원을 형편이 어려운 후배들의 장학금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최 소방관의 모교인 계명대 측은 25일 "오는 29일 최길수 동문이 신일희 총장을 직접 만나 장학금을 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소방관은 장학금 전달 이틀 전인 27일 결혼식을 올린다.  

29일 모교인 대구 계명대 찾아
500만원 장학금 전달하기로
27일 결혼, 신혼여행 대신해서

그는 이날 부인과 함께 신혼여행을 대신해 모교를 찾아 캠퍼스를 둘러보고 교수,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신일희 계명대 총장은 "신혼 여행비 등 개인적으로 500만원을 쓸 수도 있는데 장학금으로 내놓는 모습을 보면서 의인이라는 호칭이 왜 생겼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최씨는 아직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다. 비행기를 타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3월 화재 현장에서 입은 허리 부상 후유증 때문이다.  


최 소방관은 지난 3월 11일 오후 11시쯤 서울 용산구 원효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소방관과 출동했다.  
 
화재는 건물 302호에서 시작했지만 소방차가 도착했을 때 불은 이미 옆집과 위층으로 번지고 있었다. 화마가 거세게 타오르는 상황에서 최 소방관은 주민들이 대피할 때까지 불길을 온몸으로 막아섰다.  
 
화마를 뚫고 건물로 진입해 불길을 막아선 채 창문을 통해 여러 명의 주민을 탈출시켰다. 그러곤 1층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때 허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LG복지재단은 최 소방관에게 의인상을 건넸다.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의 광장에서 열린 몸짱 소방관 선발대회에서 최길수 소방관이 모교인 계명대 후배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계명대]

계명대 후배들은 최 소방관이 다치기 전 출전할 예정이던 몸짱소방관대회에 대신 참가하는 의리를 보여줬다. 
 
사회체육학과 보디빌더 학생들이 특별 선수로 참가했다. 태권도시범단 학생들이 축하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최 소방관은 휠체어를 타고 모교 후배들을 힘차게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최 소방관은 "학교 모든 분들이 응원해 빨리 완쾌되고 있다"며 "어려운 후배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