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3시쯤 중부전선 민간인 출입통제선 내 임진강 평화습지원. 리모델링 공사로 인해 잠시 문을 닫은 태풍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목이다. 이곳과 군사분계선 간 거리는 1㎞가량 이다. 휴전선 부근에서 "웅얼∼웅얼∼"거리는 방송 소리가 들렸다.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최전방 군사지역으로 소음이 있을 수 없는 조용한 지역이어서 인지 소리가 실제보다 크게 들리는 듯했다.
민통선 지역 대남ㆍ대북 방송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민통선 마을과 인접한 접경지역에서는 온종일 웅얼거리는 소리
접경 지역 주민들 "방송 소음에 하루 종일 고통"
"남북이 방송 동시 중단하면 화합 분위기에 도움될 듯"
평화습지원 인근에 있는 연천 민통선 내 횡산리마을 주민들은
대남·대북 방송으로 인한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주민 천병호(60)씨는 "대남 방송은 거의 들리지 않고, 대북 방송이 온종일 들리는 데다 아침 시간에는 특히 시끄럽게 들려 고통스럽다"며 "대북 방송의 경우 마을로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방음벽이라도 설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통선과 접한 연천군 중면 삼곶리 주민들도 고통에 노출돼 있었다. 정금복(58) 부녀회장은 "대남 방송이 조용한 밤과 새벽 시간에 특히 크게 들린다"며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하며 참고 지낸다"고 말했다.
서부전선 민통선 지역 상황도 마찬가지다. 파주시 진동면 동파리 민통선 내 해마루촌의 조봉연(62) 농촌체험마을추진위원장은 "집안에서는 조용하지만 집을 나서면 온종일 윙윙거리는 대남 방송 소리가 들려 늘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또 제3땅굴 등지의 최전방 안보관광지 일대에는 대남·대북 방송이 뒤섞여 울려퍼진다.
이날 대남·대북 방송 실태 현장조사에 나선 연천지역사랑실천연대 이석우(58) 대표는 “새 정부 출범 후 민간교류 재개 등이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이때에 대남·대북 방송도 동시에 중단된다면 평화 정착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우리 측이 먼저 대북 방송을 중단한 뒤 북한 측에 대남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 지난해 1월 8일 낮 12시부터 136일만에 최전방 부대 11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했다. 이와 관련, 전방의 한 군 소식통은 "합참으로부터 아직 중단 및 축소 등 대북방송 변경과 관련된 지침을 받은 바 없어 기존과 마찬가지로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측에서는 요즘 낮에는 노래를 많이 틀고 있는데, 이는 영농철을 맞아 논밭으로 나온 북한 주민들에게 대북방송을듣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방해 방송의 성격도 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천ㆍ파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