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랩으로 인공수정체 개발 … 사람 눈보다 자유롭게 초점 조절

중앙일보

입력 2017.05.24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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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 컴퓨터공학부 김상연 교수팀이 음식물을 보관할 때 사용하는 랩으로 인공수정체를 개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수정체는 ‘초점 가변형 초박막 인공수정체’다. 초점 가변형이란 전압을 가하면 자동으로 초점이 바뀐다는 뜻이며, 두께가 800㎛(100만분의 1m)로 얇고 무게는 최고 1g 정도로 가볍다.
 
연구팀은 랩에 가소제(可塑劑)와 소량의 폴리염화비닐 고분자를 넣어주면 고분자의 얽힘에 의해 젤(Gel) 상태가 되고, 전압(3V 이내)을 걸어주면 모양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코리아텍 김상연 교수팀 개발 성공
1㎏ 망원경, 50g으로 줄일 수 있고
보기 힘든 부위까지 내시경 가능

김 교수는 “이런 방식을 적용해 렌즈를 만들면 사람의 눈보다 초점거리를 더욱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며 “초점 조절이 어려운 기존 인공수정체보다 기술이 획기적으로 좋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눈보다 훨씬 가깝거나 더 멀리, 다양한 초점으로 물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인공수정체는 무게가 가볍고 두께가 얇아 기존 인공렌즈를 초소형으로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1kg이 넘는 망원경의 무게를 50g 이하로 줄일 수 있다. 또 초소형 비행 로봇에 장착해 넓은 재난 현장을 빠짐없이 정찰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내시경이나 카테터(인체 소화관 등의 내용액 배출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관)에 장착하면 기존 내시경으로 보기 힘든 부위까지 고화질로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어 전기·전자, 의료, 군사 분야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미래융합 파이오니아 사업으로 2013년부터 진행됐다. 김 교수 외에 코리아텍 남병욱 에너지신소재화학공학부 교수, 배진우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 버클리) 박사, 신은재·최동수 코리아텍 박사과정이 참여했다.
 
연구 실무책임을 맡은 신은재 박사과정은 “이번에 개발한 인공수정체 기술은 기존 기술로는 구현할 수 없는 홀로그램 등 새로운 연구 분야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초점 가변형 초박막 렌즈에 적용 가능한 고성능 폴리염화비닐 젤’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에 지난 22일 게재됐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