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째 4대강 감사, 정책과정 불법·비리 정조준하나

중앙일보

입력 2017.05.2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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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 본포수변생태공원 앞 낙동강에 발생한 녹조.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살리기 사업' 정책감사를 지시하고 민관합동으로 내년 말까지 16개 보 처리 방안을 확정하기로 함에 따라 4대강 사업 정책과정의 문제점과 후속 방안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상황에 따라선 내년 말에 일부 보에 대해선 '해체' 결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가 이날 "4대강 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사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처리를 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런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4대강 추진 과정에서 불법·탈법 행위가 있었다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가 다음 달 1일부터 4대강의 16개 보 가운데 6개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기로 하고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녹조 발생 등 4대강 수질과 생태계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4대강 16개 보의 위치 [중앙포토]

4대강과 관련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감사원 감사가 이미 3차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실 주관의 민관합동 조사도 이뤄졌다. 그런데도 4번째 감사가 이뤄지게 된 것은 앞서 3차례의 감사에서 불법 혹은 탈법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새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현재까지 청와대 설명을 종합해보면 이번 감사의 쟁점은 4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한반도 대운하 공약 대신 4대강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과정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 사업을 누가 기획했고,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사무총장은 "지난 2009년 연초 한국수자원공사 이사회에서 4대강 사업에 2조원을 출자하는 안건이 부결됐는데도 같은 해 9월에 다시 이사회를 통과하게 된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2011년 10월 경남 창녕의 함안보 공사 현장. [중앙포토]

둘째, 홍수 방지 사업이란 이유로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회피한 과정,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작성과 협의 과정이 6개월 만에 끝난 과정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이던 2011년 1월에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실태 감사 결과' 발표에서 "예비 타당성 조사나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모두 절차대로 이행돼 별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려 면죄부를 줬다. 
 
셋째, 녹조 발생이 예견됐는데도 정부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배경도 감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3년 1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은 "보 내구성이 저하되고, 수질 개선이 차질을 빚었으며, 4대강 사업의 유지 관리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으나 그렇게 된 과정은 소상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2013년 1월 정부의 4대강 사업 감사 결과 공식발표. [중앙포토]

넷째,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건설업체의 담합을 방조했는지 여부, 보 공사가 부실해진 원인도 이번 감사에게 살펴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쟁점 역시 이전의 감사에서 다뤄지긴 했다.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7월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설계·시공 일괄 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 발표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사실상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 부작용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들의 불법 행위는 명확히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 "정상적 정부에서 볼 수 없는 방식으로 진행"
예비타당성 조사 않고 환경평가 급히 나온 과정 쟁점
앞서 두 정부에서 3차례 감사…의혹 규명 '미흡' 판단
내년 말 16개 보 처리 방안 결론…일부는 해체할 수도

이후 '녹조 라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4대강 녹조가 심각해지자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졌다. 2014년 12월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사업조사평가위원회는 "수질 개선을 위해 하천 유량을 증가시키고, 보 수위를 낮춰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되짚어 보면 그때그때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감사가 부분적으로 이뤄졌고 결국 '4대강 사업을 통한 수질 개선에는 실패했고 보 건설 역시 부실했다'는 결론이 난 셈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관련 부처의 책임을 묻는 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된 지난 3월 정부가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면서“녹조 발생 우려 시기에는 보 수문을 개방하겠다”며 4대강 사업 실패를 인정했지만 관련 부처 공무원 중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4대강 감사에 대해 정치권과 학계·환경운동단체에선 '부실 감사' '면죄부 감사'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런 만큼 4번째인 이번 감사에선 불법과 비리에 대한 본격적인 감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관동대 박창근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본류에 '댐'을 지으면서 보 규모로 설계 한 탓에 부실 공사로 이어지고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의혹도 나온다. 보 규모로 설계토록 결정한 과정도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의 창녕함안보의 경우 완공 후에도 강 바닥에 6만5000㎥의 돌을 더 쌓는 등 3~4차례나 보강공사를 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는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와 수질·수량 관리 등을 관찰하고 평가한 뒤 2018년 말까지 16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의 환경에너지팀장을 맡은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는 "이번에 꾸려지는 조사평가단에선 2014년 평가단의 조사 결과와 환경부 자료 등 기존 자료뿐만 아니라 추가 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6개 보는 내년 말 나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가뭄 대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는 보는 '유지'하면서 보강 하고,  별로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는 보는 철거를 선택하게 될 수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