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당시 경제정책 전반을 다뤘던 청와대 정책실장(장관급)은 지난 정부에서 사라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부활했다. 그런 만큼 누가 초대 실장이 될지는 큰 관심사였다. 향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의 큰 가늠자가 될 수 있어서다. 이 자리에 경제민주화의 ‘대부’로 통하는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임명됐다. ‘재벌 저격수’ 김상조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장에 지명된 데 이어 장 교수가 정책실장에 임명됨으로써 경제정책의 중심이 대기업·성장 중심에서 중소기업·소득 주도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
경제 정책 패러다임 변화 예고
경제 성장 만큼 소득 안 늘었다 판단
일자리 → 소득 → 수요 창출 선순환 유도
중소기업 중심 경제민주화에도 역점
누가 컨트롤타워가 될지 불분명
“경제부총리 역할 축소되나” 우려도
장 실장은 1997년 참여연대에서 경제민주화위원장을 맡아 소액주주 운동을 한 이후 줄곧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경영 형태를 비판해 왔다.
그는 이날 청와대 춘추관 기자회견에서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 경제를 보면 국가 경제는 성장했지만 성장한 만큼 가계소득이 늘지 않았다. 소득을 만들기 위한 일자리, 그리고 그 소득으로 국내 수요가 창출돼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발언 요지다.
새 정부 경제정책을 주도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경제부총리에 지명된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국정 마스터플랜인 ‘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다고 볼 수 있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도 잘 이해할 인물로 꼽히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력과 조정 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관료”라고 말했다. 공직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 정책실장을 관료 출신이 보완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보완 관계가 헝크러지면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의 역할 분담이 애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누가 ‘컨트롤타워’가 될지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책실장과 경제부총리 간에 부동산 정책, 노사 개혁 등을 놓고 혼선을 빚은 적이 있었다.
경제분야 김광두·이용섭 등 역할도 주목
참여정부에 이어 집권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정책실장은 유지하고 부총리 제도를 폐지했다. 박재완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제는 부총리가 총괄하고 정책실장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일자리 등 여러 정책을 적절히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 걸로 역할 분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 실장은 향후 경제부처와의 관계에 대해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반적 코디네이터(조율자)라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 및 정부의 방향성과 정책 실행의 현실성이 부합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계획 수립을 위한 자문기구로 대통령이 의장을 맡는 국민경제자문위원회 부의장에 임명된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의 역할도 관심을 끈다. 김 부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로 불리며 보수 성향의 학자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은 저와 다른 시각에서 정치·경제를 바라봤다”며 “이제는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을 잡아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이 아니라 성장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장원석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