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일일이 악수를 나눈 문 대통령은 상춘재 앞뜰(녹지원)의 감나무 아래 테이블에서 5분여를 기다리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가 도착하자 일어서서 웃으며 맞이했다. 뒤이어 도착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보자 “아이고, 이리 나와 계시면…”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문 대통령이 먼저 나와서 기다려
김정숙 여사가 만든 인삼정과 선물
문 대통령은 원탁 테이블에 원내대표들과 함께 앉았다. 이어 “현안이 있든 없든 정례적으로 만나면, 그런 모습 자체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원내대표님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자리엔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등도 함께 앉았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오찬 사회를 봤다. 서로 아는 사이라 명찰을 달진 않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나 틈틈이 뼈 있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은 걸 거론하며 “제가 19대 국회 정무위에 있었는데 당시 (합창이냐, 제창이냐 문제가) 굉장히 논란이 됐다. 대통령 지시에 의해 (제창이)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협치 차원에서 (논의를) 해달라고 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딱딱한 분위기로 흐르려고 할 때면 전병헌 수석이 나서 “대통령의 레이저를 걱정하는데, 우리 대통령은 레이저는 장착이 안 돼 있고 문라이트(Moonlight·달빛), 은은하고 따뜻한 달빛만이 장착돼 있다”거나 “앞으로 정무수석을 이용이 아니고 애용해 달라”는 식으로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당초 예정된 1시간30분을 넘겨 144분간 대화를 이어 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생각보다 소탈하고 격의 없이 대화에 임해 서로 언로가 트였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취임 후 9일 만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6일 만에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추진했지만 성사 직전까지 갔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 정부 조직 개편안 협상이 꼬이면서 불발됐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야당 지도부를 만났던 건 취임 46일 만이었다.
허진·위문희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