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둥이’인 김소형씨는 “만약 제가 그때 태어나지 않았으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참 행복하게 살아계셨을 텐데”라며 “아버지, 당신이 제게 사랑이었음을.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의 모든 아버지들이 우리가 행복하게 걸어갈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 주셨음을. 사랑합니다. 아버지”라며 눈물을 쏟았다.
유족 김소형씨, 사연 읽고 돌아서자
문 대통령, 20m 넘게 쫓아가 포옹
“울지마세요, 부친 묘 함께 참배합시다”
기념식에 역대 최대 1만명 참석
9년 만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정우택 “국민 합의 없었다” 안 불러
이날 기념식은 광주시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각 부처 인사와 정치인,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현직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은 4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광주의 진실은 저에게 외면할 수 없는 분노였고,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었다”며 “그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줬고 그것이 저를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 준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기념사를 읽는 동안 참석자들은 23회에 걸쳐 박수를 보냈다.
여야 정치인들도 서로 두 손을 맞잡았다. 이날 기념식엔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제창 때 정우택 권한대행과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동참하지 않았다. 정 대행은 이후 기자들에게 “제창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해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창이 끝난 후 추 대표는 “속에 있는 어떤 막힌 것이 훅 나오는 느낌”이라 했고, 우원식 원내대표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기념식을 통해 구현되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것 같아 감동”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직을 사퇴해 일반인석에서 기념식을 지켜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참 기쁜 일”이라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통령이 연설을 할 때 박수를 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의 만남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차를 타고 기념식장 근처까지 갔던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민주의 문’ 앞에 내려 300m를 걸어 가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방명록에는 ‘가슴에 새겨 온 역사, 헌법에 새겨 계승하겠습니다’고 썼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선기간 중 안 전 대표를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씨가 부른 ‘상록수’도 따라 불렀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이날 기념식은 53분간 진행됐다.
광주=박유미·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