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TV제국' 폭스뉴스 설립자 로저 에일스 사망

중앙일보

입력 2017.05.19 01:08

수정 2017.05.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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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폭스뉴스 설립자인 로저 에일스 전 회장이 18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부인 엘리자베스 에일스의 성명을 인용해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향년 77세.
 
뉴욕타임스(NYT)는 "그는 폭스를 '보수의 제국'으로 키운 설립자인 동시에 공화당의 '킹메이커'였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정치인을 할리우드의 유명인처럼 팔아먹는 예술의 대가"라고 말했다.

"공화당 대통령 킹메이커…'정치쇼'의 대가" 명성
머독 "미디어 거대한 변화 이끈 천재이자 애국자"
지난해 여성앵커 등 직장내 성희롱 사건으로 축출

18일 사망한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전 회장.[중앙포토]

 
에일스 전 회장은 1962년 클리블랜드·필라델피아 등 지역 TV방송사에서 소품 담당 보조로 방송사 일을 시작했다. 1965년부터 프로듀서로서 만든 버라이어티 토크쇼가 전국적으로 방송된 게 공교롭게 공화당 거물들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 당시 토크쇼에 출연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68년 대선 캠페인 방송 제작을 에일스에게 맡기면서다.
 
이후 에일스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선, 1988년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에 직접 참여했고, 이후에도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막후 정치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보수 킹메이커 경력은 1996년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뉴스를 창업한 후 빛을 발했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이란 폭스뉴스의 공식 모토와는 반대로 보수 우파적 색채를 분명히 드러내면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사인 CNN을 '클린턴 뉴스네트워크', CBS를 '공산주의자 방송 시스템(Communist Broadcasting System)'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1998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인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되자 이후 '르윈스키 스캔들'을 집중 보도하며 격차가 큰 시청률 3위인 폭스뉴스를 1위로 올려놓았다.

루퍼트 머독 폭스뉴스 현 회장. [사진 위키미디어]

 
폭스뉴스를 공동 창업한 루퍼트 머독 21세기 폭스 및 폭스뉴스 회장은 "에일스는 천재적인 방송인으로 지난 30여년 미국의 미디어를 거대한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애도했다. 머독 회장은 또 "그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 위대한 애국자였다"고 덧붙였다.
 
그런 에일스 전 회장도 창업 CEO로 20년 지배해오던 폭스제국을 지난해 7월 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떠나야 했다. 
시사토크쇼 '폭스 앤 프렌즈'의 진행자 그레첸 칼슨이 그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했고, 이어 폭스뉴스 간판 앵커인 메긴 켈리를 포함해 여성 직원 20여명이 성희롱을 폭로했다. 폭스뉴스는 에일스 전 회장 사임 후 칼슨과 합의를 위해 2000만 달러(220억원)를 지불했다.
 
한편 사망 원인과 관련 에일스 전 회장은 지난 10일 플로리다 팜비치 인근 저택 욕실에서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