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강모(27)씨는 지난해에 생활비를 위해 '간편 전화대출' 로 빌린 500만원 때문에 금전적 고통을 겪고 있다. 매달 25일에 내야 하는 이자 10여만원을 연체하기 일쑤다. 은행 대출을 알아봤지만 시중은행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저금리 대출 상품도 알아봤지만 연체 기록이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신용뇌사’에 빠진 강씨와 김씨 모두 “대부업체의 달콤한 광고문구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30일 무이자 대출’ ‘전화로 간편 대출’ ‘1분이면 OK’ 등의 내용이다.
한 번 대부업체에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30일 무이자 대출을 이용한 고객 중 30일 안에 갚은 비율은 6.2%였다. 나머지 93.8%는 연 20%가 넘는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 했다. 이들의 대출액은 평균 490만원으로 크지 않았다. 대출 과정이 간단하고 소액인 데다가 30일 안에만 갚으면 이자도 없다고 생각해 쉽게 빠져든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한 달이 지나면 금리도 대체로 법정 최고 금리인 연이율 29.7%로 높다.
대부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10대 대부업체의 총자산과 대출 잔액은 2015년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10대 대부업체 대출 잔액은 8조3537억원으로 2015년 12월 7조4549억원에서 12.0% 늘었다. 거래자 수는 260만명이 넘고, 그중 대부분이 생활비로 쓰려고 돈을 빌렸다.
‘신용뇌사’의 굴레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스코어제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고상범 금융위 신용정보팀장은 “현재 신용평가사들과 신용등급 낙폭을 줄이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또 10등급제로 단순한 현 'CB등급제'를 1~1000점으로 세분화해 은행들이 10개 구분에 의존하는 게 아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고려할 수 있게끔 하는 스코어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출 전력이 5년간 기록되는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가 신용평가 변수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올바르지 않다. 또 대부업 대출자들이 제1금융권 대출자들에 비해 연체율이 더 높다는 객관적 입증 자료가 먼저 마련된 뒤 차등 대우해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융권 별 차등 대우하기보단 실제 개개인의 상환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