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도시가 미래다 ①
20년간 보행전용거리 28만㎡ 생겨
인사동길은 외국인 모이는 명소로
도시 자체가 이야기인 유럽처럼
역사·문화 담은 즐길거리 늘려야
인사동길을 시작으로 서울시의 보행전용거리는 20년 만에 28만1015㎡로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리적 공간보다 중요한 건 질적인 변화라고 지적한다.
서울시 “삭막한 출근길, 걷기 좋은 길로”
오성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은 “보행전용거리 대부분이 차량 흐름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 이른바 ‘틈새 구간’에만 지정돼 서로 단절돼 있다. 보행자를 고려하지 않은 바닥 재질, 조경 시설 위치 등도 불편함을 준다”며 “전시성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보행자를 생각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걷기 좋은 도시’를 향한 대장정에 나선다. 오는 20일 개장하는 ‘서울로 7017’(서울역 고가 일대·8806㎡)은 그 새로운 시작이다.
실제로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몰리는 유럽 국가들은 도시 자체를 거대한 이야기와 볼거리로 채우고 있다. ‘즐길거리’가 있는지 여부가 보행전용거리의 성공 포인트다. 서울의 청계천은 인사동과 함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의 저자 제프 스펙은 청계천의 성공 요인으로 ‘천(川)’이란 확실한 즐길거리와 주변 도심부의 풍부한 스토리를 꼽았다. 이신해 서울연구원 선임위원은 “도심 보행로엔 그곳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의 역사·문화적 장소와 연관된 보행 디자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세먼지·교통불편 해소는 숙제
‘걷는 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기존 도로를 보행전용거리로 바꿀 때마다 차량 운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보행전용거리가 순식간에 인근 상점에서 내놓은 판매물품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미세먼지 등 나빠지는 대기 질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날도 늘고 있다. 시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복합된 고차방정식인 셈이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우회로 확보, 대중교통 이용과 보행이 편하다는 인식 개선, 친환경 교통수단 도입 등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