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공연을 한 아카펠라 그룹은 ‘현재’와 ‘선물’이라는 중의적 의미의 팀 이름을 한 ‘더 프레젠트(The Present)’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아카펠라를 전문적으로 해온 리더 최원석(34)씨를 중심으로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김용석(34)·김항성(31)씨, 전남 목포시립합창단 상임단원인 한지은(30·여)·홍은비(29·여)씨 등으로 꾸려졌다. 5인조 혼성 그룹이다.
아카펠라 그룹 ‘더 프레젠트’
리더 최원석 포함 여자 둘, 남자 셋
금남로 등 광주·전남서 3년째 공연
“노래 관련 오해 없애고 5·18 알려”
이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아카펠라로 부르게 된 건 리더 최씨의 영향이 컸다. 서울 출신으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한 최씨는 아카펠라 관련 강의를 다니며 광주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학교와 지역아동센터, 청소년문화센터에서 강의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임을 위한 행진곡’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최씨는 “이 노래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광주 시민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곡인지는 물론 이 노래가 엉뚱하게 북한과 연관돼 있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때부터 최씨는 5·18과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공부했다. 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나 5·18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기도 했다. 광주 시민들의 아픔이 서린 곡으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97년부터 12년간 제창되던 이 노래가 국가보훈처의 불허로 공연단 합창으로 대체되는 등 홀대받은 사실도 뒤늦게 알게 됐다.
최씨와 멤버들은 광주·전남에 기반을 둔 아카펠라 그룹이자 음악인으로서 이 노래에 대한 오해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듣기 좋은 아카펠라로 공연하면 이 곡에 대해 관객들이 집중하고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5·18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아카펠라 버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은 관객들은 색다른 느낌에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먹을 쥔 팔을 흔드는 대신 박수를 치며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이 노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과 타지 관객들은 공연을 계기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해 알아보기도 했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5·18 기념식에서 9년 만에 제창이 가능해지면서 이 그룹의 활동에 의미를 더했다.
더 프레젠트는 또 다른 방식의 ‘임을 위한 행진곡’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클래식 연주자들이나 밴드와의 협연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매년 5월을 중심으로 전국으로 무대를 확대해 이 노래를 부르며 알릴 계획이다. 리더 최원석씨는 “공연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5·18의 숭고한 가치를 알림과 동시에 아카펠라가 모두에게 널리 사랑받는 음악 장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