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는 대학 수업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직접 선택해 듣는 제도로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이다. 교육부가 다음 달 초께로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한 추진계획을 제출할 방침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지난 4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고교학점제 실시 계획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연구 과제를 발주했다.
교육부, 업무보고 때 포함 방침
학점이수·절대평가·무학년제 등
4단계 과정 거쳐 점차적으로 변경
수능 체제 보완, 교사 수급 등 숙제
2단계는 과목별 이수 기준 마련이다. 대학처럼 일정 성적 이상을 받아야만 해당 과목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고교 교육과정은 성적에 관계없이 출석일수만 채우면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고교에서 실시되는 성취평가제를 바탕으로 이수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취평가는 순위나 백분위가 아닌 학생 개인의 성취도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뜻한다.
3단계는 온라인 수업, 즉 ‘고교 K무크’의 활성화다. K무크란 우수 대학 강의를 일반인이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인터넷 동영상 강의 시스템이다. 김대원 교육과정정책과장은 “대학처럼 고교가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만들어 수강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무학년제까지 도입하면 고교학점제가 완성된다. 무학년제는 별도의 학년 구분 없이 모든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이수 학점만 채우면 졸업 자격을 얻는 제도다. 현재는 학년별로 이수해야 할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 나뉘어 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교육과정은 물론 학교 시설, 교원 수급 등 교육 전반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학기 50여 개(일반고 기준)인 교과목 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려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업무 부담도 커진다.
좋은교사운동본부의 조창완 교육연구위원장은 “무엇보다 다양한 교과목을 소화할 수 있는 교사를 양성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국·영·수 중심의 입시가 여전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 선택권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지금과 같은 수능 체제가 유지된다면 학교는 입시 과목 중심으로 수업을 개설하고 학생들도 그런 수업에만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선 교감은 “2학기 창업 수업에선 지역 기업인들을 초빙해 직접 쇼핑몰 홈페이지도 만들고, 1학기 때 학생들이 만든 장을 실제로 판매해 봤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만들기 위해 학교에선 외부 전문가 영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 중심의 수업이 시행되면서 학생들의 성적도 대폭 올랐다. 최 교감은 “2~3학년 때 학생 수업 선택제로 공부한 올 2월 졸업생 중 39명이 서울의 주요 10개 대학에 입학했다”며 “지난해(23명)보다 70%나 늘 만큼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고 소개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