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에 나무심기 18년, 심은 곳 10배 지역 모래폭풍 잠잠

중앙일보

입력 2017.05.16 01:36

수정 2017.05.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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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황사가 과거보다 다소 약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몽골에선 여전히 심각합니다. 바람 기류가 바뀌면 언제든지 2002년이나 2006년 같은 강한 황사가 한반도로 들이닥칠 수 있어요.”
 
2000년부터 황사 방지를 위해 몽골에 나무를 심는 시민단체 ‘푸른아시아’의 오기출(56)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오기출 푸른아시아 사무총장
축구장 795개 면적에 58만 그루
환경운동 경험 정리한 책도 출간

 

오기출 사무총장은 “몽골의 모래먼지 폭풍은 언제든지 한반도로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록 기자]

최근 몽골과 중국 북부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중국발 스모그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오 사무총장이 최근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는 제목의 책을 냈다. 몽골 조림사업의 경험과 환경운동에 몸담으며 느낀 것들을 정리한 책이다.
 
책 제목 『한 그루…』는 몽골의 오래된 속담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몽골의 사막화가 심각해지자 지난 2006년 몽골의 큰스님이 새해 메시지로 이 속담을 꺼내어 사람들에게 나무 심기를 강조하기도 했다.
 
푸른아시아가 18년째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있지만 몽골에선 여전히 모래폭풍이 심각하다고 한다. 올해에만 벌써 15~16회 정도 모래폭풍이 발생했다. 몽골의 사막화가 원인이다. 1990년 전 국토의 40%가 사막이었거나 사막화가 진행된 지역이었는데, 지금은 80%로 늘었다. 모래폭풍은 연간 50일 이상 발생한다. 그에 따르면 몽골은 공장도 없고, 인구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사막화를 겪는 것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탓이다.


푸른아시아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서울·인천·수원·고양 등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의 후원으로 몽골에 나무를 심었다. 이뿐 아니라 나무를 주민 소득사업과 연결시켰다. 처음엔 나무를 심고 물을 주는 현지 주민에게 임금을 지불했다. 이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감자와 채소·비타민나무(차차르칸) 등 농사도 같이 지어 자립하도록 돕고 있다.
 
오 사무총장은 “초기에는 심은 나무가 말라죽기도 했지만 이제는 몽골 7개 지역의 580㏊에 약 58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 가꾸게 됐다”고 말했다. 580㏊는 축구장 795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푸른아시아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200㎞ 떨어진 바양노르 지역에서 120㏊에 걸쳐 나무를 심었다. 그러자 이의 10배 면적인 1200㏊에 이르는 지역에서 모래먼지 폭풍이 사라졌다고 한다.
 
푸른아시아가 만든 주민 자립모델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아 2014년 유엔 사막화방지협약(UNCCD)으로부터 ‘생명의 토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 사무총장은 “나무를 심는 것은 온실가스를 줄이고 사막화를 방지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파괴’에서 ‘살림’으로 인간 의식을 진화시키는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