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계속되는 ‘11주 체력훈련’
‘공포의 삑삑이’로 불리는 셔틀런
한 번만 해도 “지옥 맛봤다” 아우성
유럽 선수에게 안 밀리는 뚝심 길러
잇단 3피리어드 역전승 원동력으로
백지선 “더 강해져라, 평창서 웃자”
2014년 한국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한 백지선 감독(50·영어명 짐팩)은 2015년부터 5월 중순이 되면 11주간 집중 체력훈련을 실시한다. 백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상어가 피냄새를 맡은 것처럼 상대를 압박하라”고 강조하는데, 이게 ‘백상어(백지선+상어) 하키’의 기본전술이다. 한국은 필드 플레이어 5명 전원이 링크 전 지역을 누비는 이 전술로 강팀들을 연파했다. 강한 체력이 뒷받침 돼야 가능한 전술이며, 이번 훈련이 그 체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난 2년간의 체력훈련은 단단히 효과를 봤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한국은 5경기 중 2경기에서 3피리어드 역전승을 거뒀다. 공격수 조민호(30)는 “체력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3피리어드까지도 상대를 괴롭혔다. 체력에 자신감이 생기면서 집중력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캐나다(세계 1위), 체코(6위), 스위스(7위)와 격돌한다. 이런 세계 최강팀들과 맞설 때 믿을 구석은 체력 뿐이다.
20m 셔틀런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체력왕은 김상욱(29)이었다. 그는 “순간 스피드를 내는데 체력훈련이 큰 도움이 됐다. 체력이 좋아지면서 부상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신상우(30)는 “첫 해에는 훈련 직후 선수 대부분이 헛구역질을 할 만큼 힘들어 했다. 지금은 유연성과 스피드, 하체 근력 등 모든 부분에서 좋아진 걸 느낀다. 그 전까지 내가 했던 건 아이스하키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선수들 말이 아니라도 백지선 감독이 훈련 프로그램 도입한지 3년이 되면서 체력 향상 효과가 눈에 띈다. 지난해엔 훈련 첫 날 100㎏ 벤치프레스 테스트에서 10번 이상 버틴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5명이 100㎏ 바벨을 10번 넘게 들었다. 진강호 트레이너는 “지난 시즌이 워낙 힘들어서 선수들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런데도 이 정도 하는 건 몇 년간의 훈련으로 다져진 근력이 시즌 이후까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백지선 감독은 이날 훈련 시작 1시간 전 선수들을 모아놓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그는 “모두가 우리 성과를 기적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그 자리(월드챔피언십)에 갈 수 있다고 믿었고 많은 시간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가 쌓아온 것을 계속 이어가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다음달 말까지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한 뒤, 7월 태릉선수촌으로 옮겨와 빙판훈련을 병행한다. 이어 7월 말에는 러시아·체코 등지를 돌며 현지의 강팀들을 상대로 실전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백 감독의 계획표에는 내년 2월 평창올림픽까지의 일정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백 감독은 “각자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수 있을지 고민해라. 개인이 강해지면 팀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백지선호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진천=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