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는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가 타석에 등장할 때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진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구단이 지난 3년 동안 사용했던 테임즈의 한글 응원가를 미국 팬들도 흥얼거리며 따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노래는 1900년대 초 영국 군가였던 ‘콜로넬 보기 마치(Colonel Bogey March)’를 개사한 응원가다. 이날 테임즈가 시즌 13호 홈런을 날리자 밀워키 구단은 소셜미디어에 홈런 장면과 함께 미국 관중들이 응원가를 부르는 동영상을 올렸다.
박중언 NC 마케팅팀 과장은 “밀워키 구단이 테임즈 응원가를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를 해왔다. 영어로 바꿔 부르지 않고 NC 시절 썼던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사용하길 원했다. 그래서 한국어 발음을 영어로 표기해 이메일로 보내줬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에는 선수별 응원가가 따로 없다. 필요하면 선수가 좋아하는 노래를 그대로 틀어줄 뿐이다. ‘맞춤형 응원가’에 익숙한 한국 선수들도 메이저리그에 가면 미국 스타일을 따랐다. 국내에서 활동할 당시 류현진(30·LA 다저스)은 싸이의 ‘젠틀맨’,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리츠)는 장미여관의 ‘오빠라고 불러다오’ 원곡을 테마송으로 썼다.
빅리그에 수출된 한국 응원문화
MLB 선수별 응원가 따로 없지만
밀워키, 테임즈 위해 NC에 요청
타석 등장 때마다 팬들 목청 높여
국내서도 다시 ‘마산 로보캅’ 열풍
창고에 쌓여있던 유니폼 불티
메이저리그가 테임즈 응원가를 직수입할 만큼 테임즈는 한국 야구가 성공적으로 역수출한 인기 상품(?)이다. 미국에서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그저 그런 선수였던 테임즈는 2014년부터 NC에서 3년을 보낸 뒤 확 달라졌다. 14일 현재 홈런 13개를 쏘아올린 그는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다. 타율 0.315(내셔널리그 14위), 타점 25개(내셔널리그 15위)다.
창고에 재고로 쌓여있던 100여 장의 테임즈 유니폼이 다시 팔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40여 장만 남았다. 아예 2017년 새 유니폼에 ‘테임즈’의 이름을 새기는 팬들도 있다. 지난 1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만난 다이노스 팬숍 직원은 “팀을 떠난 선수의 상품은 팔리지 않기 때문에 테임즈 유니폼을 진열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에 몇 통씩 문의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며 “한 남성 팬은 올해 출시된 NC 유니폼을 구입해 테임즈 이름을 새긴 뒤 밀워키에 있는 외국인 친구에게 보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창원=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