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담당 공무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던 단원고 2학년 조은화 양은 전교 1등을 도맡아 할 정도의 우등생이었다. 고등학생이 돼서도 엄마에게 뽀뽀를 하고 시시때때로 문자나 카카오톡을 보내는 살가운 딸이었다.
전교 1등 도맡아 하던 딸 그리던 어머니
전국 돌며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 외쳐
"'미수습자' 대신 '유가족' 만들어달라" 당부 실현돼
2015년 SBS와 한 인터뷰에서는 “꿈에서 은화가 들어오더니 엄마 나 안 보고 싶었냐고. 그래서 제가 은화를 끌어안고 한참 울었습니다. 엄마가 너 정말 많이 보고 싶었다고. 엄마가 너 정말 사랑한다고”라고 했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3년 간 간질환, 고혈압, 당뇨 등 없던 온갖 병을 앓았다. 하지만 ‘아프면 딸을 못찾는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이씨와 조은화 양의 아버지 조남성(53)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세월호에 아직 사람이 있다”고 미수습자의 존재를 알려왔다.
이씨는 문재인 대통령 당선 직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화문 유세에서 손자를 안으며 환하게 웃던 문 당선인의 모습을 기억한다. 자식을 기다리는 미수습자 가족의 마음을 알 거다”며 “미수습자 수습에 최선을 다해 반드시 우리를 ‘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었다.
지금까지는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 조은화 양의 영정사진을 올리지 못했다. 대신 ‘세월호 속에 은화가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노란 종이를 올려뒀었다. 하지만 조은화 양의 얼굴을 분향소에 올릴 수 있게 됐다. 2014년 4월 16일에 멈춰있던 미수습자 가족들의 시계가 다시 천천히 가고 있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