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이 물씬 묻어나는 문 대통령 통화는 현재 한반도가 처해 있는 엄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문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국면과 맞물려 동력을 잃었던 정상외교의 공백을 시급히 메워야 한다. 그 첫 번째는 우리의 운명과 직결된 4강 외교의 복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중·일·러 주요 4개국에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아울러 당부하고 싶은 건 여러 외교 현안의 우선순위를 잘 따져 우리의 국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북핵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얼마 전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그제 미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한반도에서 재래식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IA가 전날 전쟁 등과 같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나 가동되는 코리아임무센터(KMC)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은 또 하나의 주목할 언급이다. 미국이 북핵 해결을 시급한 과제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중국도 북핵 문제가 중국 문 앞에서 계속 ‘발효’되는 걸 더는 참을 수 없다고 말한다. 미·중이 손잡고 전례 없이 대북 압박에 나서는 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함이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있어 적극적 조정자 또는 키플레이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그런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미·중, 나아가 4강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4강 외교를 다지고 또 다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