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올 초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게재한 논문 ‘왜 미국은 다른 (비슷한 규모의) 나라보다 부유한가’의 일독을 권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지난달 이 논문을 요약한 기사를 실었다. 펠드스타인이 꼽은 이유는 10가지다.
기업과 재벌을 구분하고
정의와 경제, 혼동 말아야
펠드스타인은 주로 감세와 규제완화, 노동 시장 유연성에 초점을 맞췄다. 결론은 ‘기업이 강한 나라가 경제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레이건 행정부 당시 대통령 경제자문위 의장을 지냈다. 그러니 자신의 잣대로 미국의 성공을 들여다본 측면이 강할 것이다. 그럼에도 시사점은 충분하다.
J노믹스는 미국의 성공 요인과는 반대쪽에 서 있다. 우선 ‘기업’이 빠져 있다. 기업가 정신보다는 ‘경제 민주화’와 재벌 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 분야로는 일자리와 재벌 개혁을 가장 먼저 말했다. 을지로위원회를 법으로 만들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며,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엔 대기업은 갑, 서민·개인주주·중소기업은 을이란 이분법적 관점이 작동한다. 재계엔 요즘 “어떤 사안이든 양면이 있는 법인데 기업을 일자리의 주체가 아니고 개혁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노동 시장 쪽은 더하다. 근로 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 위험 외주화 방지법을 추진한다. 자칫 노동 시장을 더 딱딱하게 만들 수 있다. 의도와 달리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찾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펠드스타인은 “정부가 노동 조건과 채용에 간여하지 않아야 노동자들이 직장을 찾기 쉽고 회사들이 혁신을 이루기 쉽다”고 봤다.
이런 J노믹스의 지향점은 ‘선의’와 ‘정의’로 무장했던 노노믹스(노무현 경제철학)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친노386세력이 주도한 노노믹스는 선의와 정의에 기댄 관념적 정책에 집중했다. ‘집 없는 서민이 고통받는다→몇 채씩 가진 부자 때문이다→집을 포기할 정도로 무겁게 보유세를 올리자’는 식이다. 이런 논리로 탄생한 종합부동산세는 극심한 저항에 부딪쳤고 결국 정권 몰락의 기폭제가 됐다. 실물 경제를 도외시한 ‘정의로운’ 정책이 빚어낸 참사였다.
나는 J노믹스가 노노믹스에서 자유롭기 바란다. 그렇다고 미국식 해법을 맹종하자는 건 아니다. 재벌 개혁을 말자는 것도 아니다. 재벌 개혁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과제다. 하나하나로는 괜찮다. 중요한 건 속도와 양이다.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된다. 너무 빨리 내몰다 기업이 위축되면 고용·투자가 줄게 마련이다. 노무현 정부는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면 “재벌들이 그런 식으로 정부에 대항한다”고 생각했다. 새 정부는 선을 정확히 긋는 일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기업과 재벌을 구분하고, 정의와 경제를 혼동하지 않는 현실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펠드스타인의 결론은 “기업가 정신을 억압하는 나라에선 자본주의가 쇠락하고 결국 실패한다”였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