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씨 자신도 3년 전부터 심장판막에 이상이 생겨 약을 먹고 있다. 그런데도 장남으로서 아버지를 극진하게 봉양한다. 효성이 알려지면서 지난 8일 어버이날에 효행상(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장씨는 “나이로 봐서는 나도 자식한테 봉양 받아야 하지만 아버지를 모시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장씨는 지난달 만 65세가 돼 기초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버지와 함께 ‘부자(父子) 수령자’가 됐다.
올해 효행상을 받은 20명 중 16명(80%)이 60대 이상이다. 2008년 36명 중 12명(33.3%)에 비하면 크게 늘었다.
7년새 55% 늘어, 가파른 증가세
4세대가 함께 사는 시대 진입
61세 이상 40%만 국민연금 수령
기초연금 등 공적부조 강화해야
건보공단은 ▶80세 이상 노부모를 건보 피부양자(지역가입자는 세대원)로 둔 60~70대 건보 가입자(지난해 11만350세대) ▶60~70대 부모와 80세 이상 조부모를 피부양자(세대원)로 둔 50대 이하 가입자(6만2674세대) ▶60~70대 자식을 피부양자나 세대원으로 둔 80세 이상 가입자(6869세대)를 노노 부양 세대로 분류했다.
지난 10년 동안 평균수명은 3세 정도 늘었고, 80세 이상 인구는 2009년 86만 명에서 올해 153만 명으로 약 1.8배가 됐다. 이들을 부양할 몫은 60~70대 자녀다. 2030년 80세 이상 노인이 299만 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4세대 시대의 노노 부양 부담도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자식 노인에게 연금이 있으면 그나마 낫다. 대전시에 사는 이근홍(77)씨는 어머니(102)를 극진히 봉양한다. 어머니는 지난해 대장암·백내장 수술을 받고 틀니를 끼웠다(본지 2016년 6월 24일자 18면). 이씨는 어머니가 올해는 낙상을 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단어와 글씨 쓰는 능력을 잃어버려 못내 가슴이 아프다. 이씨는 공무원연금·국민연금을 더해 월 200만원가량을 받는다. 이씨는 “공직 생활 때 상위 직급은 아니어서 연금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밥먹고 어머니 모시고 살 만큼은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준비가 안 된 채 노노 부양에 부닥쳤다. 지난해 기준으로 61세 이상 고령자 944만 명 중 39.8%인 376만 명만 국민연금을 받는다. 80세 이상 ‘부모 노인’은 18만 명에 불과하다. 자식·부모 둘 다 노후 준비가 덜 돼 있다. 노인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중순 경남에서 차량이 불타면서 차 안에 있던 95세 노모와 아들(69)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아들은 위암 말기 진단을 받았고 어머니는 노환이 심해 요양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이 위암 말기에다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았고, 본인이 없으면 어머니를 제대로 돌보기 힘들다고 판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시 박모(62)씨는 노모(86)와 함께 산다. 박씨는 신장 이식(신장장애 5급)과 고관절 수술을 받았고 고혈압·당뇨병을 앓고 있다. 노모도 고혈압이 있고 허리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하다. 가구 수입은 노모의 기초연금 20만원이 전부다.
만약 부모 노인(1세대)과 자녀 노인(2세대)이 둘 다 생계가 어려우면 3세대가 부모와 조부모를 동시에 부양해야 한다. 사실상 이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회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삼식 단장은 “선진국은 국민연금·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이 잘된 상태에서 4세대 동거 사회를 맞았지만, 상황이 다른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나서서 준비를 도와야 한다”며 “1, 2세대는 예산을 동원해 기초연금 같은 공적부조를 강화하고 3세대는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등을 통해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