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움직이게 되면서 지민이의 세계는 넓어졌다. 하굣길에 동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게 됐다. 혼자 버스를 타는 ‘모험’도 해 봤다. 친구가 받아다 주는 급식을 먹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급식을 받으러 가서 “이 반찬은 안 먹을래요”라고 말하는 ‘자유’도 얻었다. 엄마 홍윤희씨는 “지금까지 지민이를 키우며 받은 어떤 도움보다 지민이의 삶을 크게 변화시킨 게 바로 이 제품”이라며 “이런 제품을 개발해 준 회사에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업무 첫날에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건 세간의 우려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은 ‘반기업적’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4대 대기업 그룹을 집중 개혁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내린 법인세를 도로 올리고, 일자리 창출도 정부가 앞장서서 하고, 4차 산업혁명도 정부가 위원회를 만들어 이끌겠다고 했다.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하고, 기업은 기업의 일을 해야죠.” 턱이 많은 한국형 도로에 적합한 휠체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에게 “휠체어 개발보다 정부가 도로의 턱을 없애는 게 더 중요하지 않으냐”고 묻자 심 대표는 이렇게 대답했다.
정부가 아무리 나서도 일자리 창출과 기술 혁신은 기업이 제일 잘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활기차게 굴러가도록 멍석을 깔아주면 된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이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길, 기업의 역할을 인정하고 기업에 더 많은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