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8마일’ 속 이 장면
#1 영화의 오프닝.
디트로이트의 너저분한 화장실에 홀로 서 있는 지미(에미넴). 헤드폰으로 흐르는 비트에 심취한 지미가 거울 앞에서 잔뜩 폼을 잡아 본다.
#2 마지막 랩 배틀.
지미는 배틀 결승전에서 숙적 파파독(안소니 마키)을 향해 디스 랩을 쏟아 낸다.
▶영화 속 이 노래
‘8마일’의 영화음악은 두말할 것도 없이 힙합인데요. 영화 엔딩에 쓰인 에미넴의 ‘Lose Yourself’는 워낙 유명했죠. 미국 빌보드 12주 연속 1위는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과 그래미 시상식 2관왕까지 휩쓸 정도였으니까요.
[백기자의 결정적 OST] ④ Mobb Deep - ‘Shook Ones Pt. Ⅱ’
그중엔 ‘8마일’에서 가장 인상적인 곡이라 할 수 있는 맙딥(Mobb Deep)의 ‘Shook Ones Pt.2’도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첫 장면과 후반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죠.
‘Shook Ones Pt.2’는 영화 말미 랩 배틀 결승전에서 지미가 상대를 향해 프리스타일 랩을 쏟아낼 때 깔리던 음악이기도 합니다. 인생 나락에서 자신을 위로해주었던 비트에 맞춰, 지미는 결정적인 반전을 이뤄냅니다.
‘Shook Ones Pt.2’는 그 ‘The Infamous’ 앨범의 대표곡이었습니다. 묵직한 드럼 비트와 은은한 선율이 어우러진 중독성 강한 노래입니다. 랩퍼를 꿈꾼 힙합키드라면 누구나 이 비트 위에 랩을 해봤다죠.(‘8마일’ 첫 장면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맙딥은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빅히트 송은 없지만, 그들의 음악은 다른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남겼습니다.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역시 그 중 한 명인데요. 98년에 맙딥의 비트를 샘플링한 ‘The Roof'라는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Shook Ones Pt.2’와 비교해 듣는 것도 재밌습니다.
‘8마일’의 마지막 배틀 장면에서 지미가 랩을 선보일 때, 무대 아래의 관중들이 랩을 따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즉석에서 지어 내뱉는 프리스타일 랩을 어떻게 관중들이 따라 부를 수 있었을까요. 이는 지미가 맙딥의 ‘Shook Ones Pt.2’의 유명한 후렴 가사를 프리스타일 랩 도중에 인용했기 때문이죠. 아래의 가사입니다.(유튜브 영상 2분 13초 참고)
“He shook / 'cause ain't no such things as halfway crooks / scared to death, scared to look”
의역하자면 “쟤 쫄았어, 반쪽짜리 갱스터란 없거든. 죽음을 두려워하고, 보는 걸 두려워해”. 펀치라인은 이런 가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