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첫째,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동맹의 기본틀인 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방위비분담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드는 주한미군이 운용할 무기체계다. 미군이 사용할 무기체계(장비)를 한국 영토에 배치할 경우 법적 뒷받침을 하는 게 한·미 상호방위조약이다. 이 조약은 “미국은 육해공군을 한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한국은 이를 허락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군 부대와 무기체계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에 들어올 경우 비용과 절차는 SOFA가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사용할 무기체계(장비)는 미 측이 비용을 부담하고, 필요한 부지와 시설은 한국 측이 제공한다. 한국이 롯데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이유다.
미군부대 무기체계 비용 사안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시돼 있어
한국은 부지제공 등만 이행 의무
트럼프의 비용요구는 합의 위반
주한미군은 한국군과 공동으로 한국을 방위하고 있지만 동북아 안정과 균형 유지의 린치핀(linchpin·핵심 동반자) 역할을 함으로써 미국의 전략적 이익도 지키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는 동북아 허브 기지로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특히 한국은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접점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수성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 구현에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은 경제적으로도 미국의 다섯 번째 교역국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 주장, 그 대가로서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통해 유리한 교역 조건 등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한·미 동맹의 특수성(혈맹관계)을 이해하지 못한 비즈니스 사고라고 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과 한국이 갖는 전략적 가치가 미국 국익에 직결된다는 점을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SOFA, 그리고 한·미 동맹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의 개인적 견해일 경우 참모와 장관의 전문적 조언에 의해 해소될 수 있다. 그렇더라도 2018년도에 예정된 방위비분담금 협상 때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는 분담금 인상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도 이런 발언을 했다면 향후 한·미 관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사드 장비 비용(10억 달러)을 한국이 부담하게 된다면 주한미군이 사용할 무기를 한국이 구매해 주한미군에 다시 대여해 주는 셈이 된다. 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한·미 동맹 64년 동안 주한미군이 사용할 무기의 구매를 한국에 강요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다.
또 동맹국이 국정 혼란에 처한 상황에서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보인 발언의 측면에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하루빨리 국가 리더십을 확립하고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새 정부는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냉철히 평가해 희망적 기대보다는 새롭고 실효적인 동맹의 미래를 열어 가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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