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도웍스 심재신 대표
힘겹게 휠체어 타는 딸 친구 위해
틈틈이 개발해 전동전환장치 선물
주변 장애인들 “나도 사고 싶다”
입소문에 주문 몰려 본격 생산
제품후기마다 “만들어줘 고맙다”
돈 벌며 보람 느끼는 벤처 됐죠
기계공학을 전공한 심 대표는 기업용 맞춤 정보기술(IT) 기기를 만드는 회사를 17년째 운영하고 있었다. 10여명의 직원은 대개가 기계공학이나 전자공학,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개발자다.
“기업이 원하는 IT 기기를 설명해주면 재빨리 만들어 납품하는 게 우리 일이었어요. 직원들은 모두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요. 보통의 회사와는 다른 분위기죠.”
돈을 벌려고 덤벼든 일이 아니었다. “그 아이에게 선물하자”는 생각에 취미처럼 짬짬이 개발을 진행했다. 4개월 만에 수동 휠체어에 부착하는 ‘파워 어시스트’가 완성됐다. 이런 게 시중에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 소개된 제품은 모두 수입산이고, 최저 가격이 600만원일 정도로 비쌌다. 무게가 대개 10㎏이 넘는 것도 불편으로 지적됐다.
“팔려던 게 아니니 시장 조사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비슷한 제품군이 있는 줄도 몰랐어요. 자연히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제품이 나왔습니다.”
심 대표가 개발한 제품은 세계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저렴한 파워 어시스트다. 배터리와 모터, 조이스틱으로 구성된 전동 키트는 무게가 4.5㎏에 불과하다. 소비자가는 176만원으로 기존 제품 가격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휠체어 바퀴에 하얀색 작은 바퀴를 밀착시킨다. 조이스틱을 움직이면 이 작은 바퀴가 움직이며 휠체어 바퀴를 조종한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으로도 휠체어를 움직일 수 있다. 방 한켠에 치워둔 휠체어에 타려면 누군가를 불러야 했던 장애인이, 혼자 휠체어를 ‘소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애인 관련 제품은 시장이 작지 않을까. 과연 사업성이 있을까. 심 대표는 “다들 그렇게 생각해 이 시장에 진지하게 뛰어들지 않는 것 같은데, 체감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심 대표에 따르면 국내에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이가 33만명이나 된다. “이 사람들이 이런저런 제약으로 바깥 외출을 거의 못해요. 그러니 일반인들은 휠체어 사용자가 이렇게 많은지를 모르죠. 저도 토도드라이브에 몰리는 주문을 보고 시장이 작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난해 11월 정식으로 제품을 출시한 뒤, 6개월 만에 300여대의 토도드라이브가 팔렸다.
심 대표가 토도웍스에 애착을 가지는 건 단지 사업성 때문은 아니다. ‘토도드라이브’를 장착한 장애인들이 보내오는 ‘후기’를 접하며 그는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데 놀랐다”고 말한다.
한 아이는 토도드라이브를 장착하고 처음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또다른 아이는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산책을 하고 싶다던 소박한 꿈을 이뤘다.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휠체어 좀 밀어달라”고 부탁하던 아이가, 혼자 휠체어를 운전하며 “네 가방 무거우면 나한테 넘겨”라고 말하게 됐다.
“이런 얘기를 전하며 ‘고맙다’‘인생이 바뀌었다’고 인사들을 해와요. 돈을 벌며 이런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기업에 기기를 납품할 때는 상상하지 못했죠.”
“누군가의 도움으로 움직이던 아이가 스스로 움직이게 되면 밝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해요. 그 아이 주변의 아이들은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구요. ‘도와줘야 하는 아이’에서 ‘함께 놀 수 있는 아이’가 되는 거죠.”
심 대표는 “조만간 아동재활 병원 안에 아동 전용 휠체어 교육장을 만들 계획”이라며 “수동·전동 휠체어에만 적용되는 의료보험이 우리 제품에도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