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새 정부 출범 직후엔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러운 것도 가격 인상 러시를 불러온 요인으로 꼽힌다.
라면·맥주 서민 먹거리 가격 들썩
콜라·사이다 평균 5~7.5% 올라
업체 인건비 상승 등 내세우지만
담합 조사 피하기 위한 꼼수 지적
“새 정부 들어서면 점검 필요”
이번 인상은 지난 2015년 1월 인상 후 약 2년 4개월 만이다. 대선을 하루 앞두고 시행된 가격 인상에 대해 롯데칠성음료 측은 오랜 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가 일부 제품 가격을 2~3번 올리는 동안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다”며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 외부 요인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가격 인상은 한 업체가 가격을 먼저 올리면 나머지 업체가 줄줄이 따라가는 식으로 이뤄진다. 롯데칠성음료에 앞서 코카콜라는 지난해 11월 이미 가격을 5% 올렸다. 지난 1일 삼양은 삼양라면·불닭볶음면·짜짜로니 등 주요 라면 제품의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는데, 이는 지난해 12월 농심이 신라면·너구리 등 12개 제품의 가격을 5.5% 올린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짙다.
맥주·햄버거 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오비맥주는 카스·프리미어OB·카프리 등 주요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6% 올렸고, 이어 업계 2위인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와 맥스 등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33% 올리면서 보조를 맞췄다. 1월에 맥도날드가 햄버거 값을 올리자 2월에는 버거킹이 뒤를 따랐다.
이같은 순차적 가격 인상은 담합 의혹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업체는 “어쩔 수 없는 인상”이라고 주장한다. 물류비와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도저히 제품 가격을 유지하기 힘든 여건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 상승요인이 없진 않지만 아무래도 새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가격 인상이 더 어렵다는 것이 식음료 업계의 판단”이라면서 “한 업체가 먼저 물꼬를 트면 나머지가 따라가는 식이 여론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BBQ는 지난 1일 재차 가격 인상의 불가피성(가맹점주 요구)을 내세워 10개 품목에 대해 10% 가격을 올렸다.
주요 식품 가격 인상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식음료는 비싸다고 안 사먹을 수 없는, 가격탄력성이 작은 대표적인 품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제고통지수’는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다. 실업률(4.3%)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6.4로 2012년 1분기(6.8) 이후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중앙대 이정희 경제학과 교수는 “이명박정부는 집중관리품목까지 정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물가를 챙겼지만 박근혜정부는 경기 침체로 물가 관리의 필요성을 못느꼈다”면서 “다른 외부 요인 없이 국정공백 시기에 갑자기 가격인상 요인을 내세우는 것은 타당성이 별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서민 물가 상승은 결국엔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에 새 정부에서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