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고 집 뒷산에 오른 文이 한 일은?

중앙일보

입력 2017.05.09 13:04

수정 2017.05.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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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홍은중학교 투표소에서 부인 김정숙씨와 함께 투표를 마친 뒤 손을 들고 있다. 오종택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대선 투표를 일찌감치 마친 후에 집 뒷산을 산책하며 '망중한'을 즐겼다. 주변 취재진과도 '정치' 이야기보다는 '식물' 등 가벼운 주제의 대화를 나눴다.
 
문 후보와 부인 김정숙 씨는 이날 오전 9시 35분께 서울 홍은동 자택을 나와서 1시간가량 등산을 했다. 주황색 등산복에 노란색 등산화 차림의 문 후보는 뒷짐 지고 천천히 걸어 정상에 올랐다.

'식물 전문가' 문재인, 기자들에게 아카시아 등 설명
대선 운동 소회 물으니 "하나도 홀가분 안 합니다"
집 앞에서 태국 기자 마주치자 "타일랜드 좋아해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먼 산을 바라보던 그는 "여기가 도로 때문에 산이 끊겼기 때문에 은평구청장이 생태연결 다리를 놨어요. 그래서 여기서 북한산까지 바로 볼 수 있어요"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옆에 있던 김 씨는 "여기로 해서 손주 보러 가기도 하고 그래요"라고 덧붙였다.
 
3주간 쉴 새 없이 달려온 공식선거운동을 마치고 국민의 선택만 남은 상황. 기자들이 "선거운동 다 끝나서 홀가분할 거 같기도 하고 마음이 더 무거울 것 같기도 하다"면서 소회를 물었다. 그러자 문 후보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하나도 홀가분 안 합니다"라고 답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좌우에 있는 식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는 "아카시아 나무는 정확히 아카시 나무란 건데 한동안 다른 나무들 못 살게 만들고 토양도 황폐화한다고 많이 베어냈어요"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외래종'이냐는 질문에 "외래종이죠. 요즘은 다시 새로 심진 않지만 베어내진 않는다. 옛날 박정희 시절에 조림 한창 할 때 빨리 자라는 속성수이기 때문에 많이 심었어요"라며 막힘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한 기자가 "당분간 좋아하는 식물 공부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고 말하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식물 이야기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기자에게 "이 나무 이름이 뭐게요?"라고 먼저 물어보고선 "이건 이팝. 이팝나무는 크게 자라는 나무에요. 5.18 묘역 들어가는 2~3킬로(길)에 이팝나무 가로수가 쭉 있는데 그게 5.18 시기에 만개하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식물 설명에 열중하느라 부인 김씨가 뒤로 쳐지면서 황급히 뛰어올 정도였다.

문재인 후보가 지난해 양산 자택에서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모습. [중앙포토]

실제로 문 후보는 '식물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2월 경남 양산의 자택에서 이뤄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식물 사랑'을 드러낸 바 있다. 문 후보는 당시 마당에 있는 금목서와 은목서 나무를 소개했다.
 
그는 "(향기가 진해) 만리향이라고 불린다"면서 "여기 바람 한번 들면, (여의도) 가기가 싫어지죠. 쳇바퀴 돌 듯이 그 안(정치권)에 있어야 뭐든 '그러려니' 하고 가는데"라고 했다.
 
문 후보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자 태국 기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태국 기자가 "한국과 태국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냐"고 묻자 "외신들과는 따로 이야기할게요"라며 답변을 미뤘다. 그러면서 한 마디를 남기고 집으로 들어갔다. "타일랜드 좋아해요."
 
앞서 문 후보 부부는 오전 8시40분께 집 근처 홍은중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문 후보는 "끝까지 많은 국민들께서 투표에 참여하셔서 나라다운 나라 만드는데 힘을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