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마트 후문 앞 마을버스 정류장 인근에는 ‘착한거리’ 조형물이 서 있다. 하트 모양의 대리석에 ‘나눔 천사 명륜 1번가 착한거리’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2015년 12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가 해마다 수천만 원씩 기부해온 명륜 1번가 상인들에게 감사한다는 뜻에서 설치했다.
착한가게는 하루 1000원씩 월 3만원 이상 기부하는 가게
부산 동래역~메가마트에 가게 80여곳 중 62곳이 '착한가게'
부산 전체 착한가게 622곳 중 명륜1번가에 10% 몰려
국밥집 사장님들이 기부에 앞장서자 다른 가게도 동참
지난 5년간 명륜1번가 상인들이 낸 기부금만 2억2000여만원
"나눔은 바이러스" 박달흠·정미란씨 부부가 나눔문화의 일등공신
5일 현재 부산 전역의 착한가게는 모두 622개소. 이곳 명륜 1번가의 착한가게가 부산 전체의 10%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만큼 명륜 1번가 상인들이 ‘나눔’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곳 상인들이 어떻게 ‘나눔천사’가 됐을까. 그 뒤에는 화장품 유통업체인 ㈜루즈 코스메틱과 목촌돼지국밥 사상점·괴정점 대표인 박달흠(59)씨와 목촌돼지국밥 동래점 등을 운영하는 정미란(54)씨 부부가 있다.
가난한 가정의 7형제 중 여섯째인 박 대표는 1995년부터 화장품 유통업체인 루즈 코스메틱을 창업하고 부인과 함께 돼지국밥 가게 등을 운영하면서 자수성가했다. 매년 수백만~수천만원씩 기부하면서 각각 5년간 기부금액이 1억원을 돌파해 부부가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이 됐다. 부부는 무료급식소에서 어르신 중식 제공과 배식활동, 저소득 아동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부부가 기부한 금액만 3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기부는 바이러스처럼 전파되는 것일까. 명륜 1번가 착한거리 지정의 일등공신은 박·정씨 부부로 소문 나 있다. 박·정씨 부부의 봉사활동이 소문나면서 다른 상인들이 하나 둘 착한가게에 가입하는 등 기부에 동참한 것이다. 물론 박 대표도 꾸준히 상인들의 가입을 권유했다. 박 대표는 2015년부터 번영회·장학회 회장 등을 맡고 있어 자연스럽게 모임 등에서 '착한가게'를 알릴 수 있었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부산시 사회공헌상,동래구 선행부문 애향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박 대표는 “내가 권한다고 꼭 착한가게에 가입하겠느냐. 상인들이 스스로 결정한 일”이라며 겸손해했다. 박 대표는 그러면서 “기부는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기본 원리다. 기부를 통해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많은 분이 동참해주셔서 더 고맙다”고 말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