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을 알고 보면 소름 두 배.
★★★★ 치명적인 가정법의 장인(匠人),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명성을 확인시키는 또 하나의 수작이다. 삶의 거대한 인과관계가 빚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포착해, 피치 못할 도덕적 기로에 서게 만드는 그의 주특기다. 이를테면 어느 젊은 이란 부부의 별거가 한 임산부의 유산, 살인죄 기소로까지 이어진다든지. 이 기막힌 사연은 파르하디 감독의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이 특별한 영화는 그에게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이란 최초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안겼다. ‘세일즈맨’은 그 연장선에 있다(주연을 맡은 샤하브 호세이니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최고의 ‘눈물 씬’을 만든 바로 그 배우!).
[리뷰]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 신작 ‘세일즈맨’
그날 라나가 혼자 있지 않았다면, 전 세입자의 짐을 억지로 빼지 않았다면, 갑자기 이사하지 않았다면, 건물이 붕괴하지 않았다면…. 에마드가 탄식하는 무수한 가정 중 가장 얄궂은 것은 그가 공연에서 세일즈맨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세일즈맨은 아무 의미 없는 나날에 지쳐 충동적인 일탈로 죽음에 내몰리는 초로의 남자다.
영화 초반 별도의 긴장감을 자아내던 극 중 연극은 라나가 불행을 겪는 시점부터 에마드 부부의 실생활과 분간하기 힘들 만큼 뒤엉킨다. 관대하고 존경받는 시민이자, 누구보다 세일즈맨을 잘 안다고 믿어온 배우 에마드는 어느 순간, 현실에 실존하는 세일즈맨을 마주한다. 이 엉망진창의 무기력한 남자를, 그는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파르하디 감독의 영화를 완성하는 것은 그의 질문에 대한 관객 저마다의 답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