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는데, 수심이 일곱 치 다섯 푼이었다." (6월 2일)
"비가 내렸는데, 수심이 두 치 세 푼이었다." (6월 3일)
"비가 내렸는데, 수심이 한 치 한 푼이었다." (6월 4일)
"비가 내렸는데, 수심이 세 치 아홉 푼이었다." (6월 5일)
이 기록만 봐도 5일간 연속 비가 내렸고, 닷새 동안 강수량이 312㎜나 된다. 장마철 전체 강수량과 맞먹는 양이다.
기상청 1778년 이후 강수량 분석
순조 21년 1821년 가장 많이 내려
비 그치게 해달라고 기청제도 지내
"측우기 덕분에 239년 자료 분석"
승정원일기를 보면 순조실록에 나온 것 외에도 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더 나온다. 결국 1821년 한 해 서울에 내린 눈·비 등 강수량은 모두 2566㎜로 집계됐다.
기상청 국가기후데이터센터 연구팀은 8일 1778~2016년까지 서울지역의 일별 강수량 자료를 바탕으로 연(年) 강수량이 많은 10년(톱10)을 선정한 결과, 1위는 1821년으로 꼽혔다고 밝혔다.
그해 서울의 강수량 2566㎜는 최근 서울의 평년(1981~2010년 평균) 강수량 1450.5 ㎜보다 77%나 많다.
17718~2016년 서울 최다 연강수량 TOP 10 | |
년도 | 연강수량 (㎜) |
1821 | 2566.0 |
1879 | 2462.0 |
1990 | 2355.5 |
1998 | 2349.1 |
1832 | 2242.0 |
1940 | 2145.1 |
2011 | 2043.5 |
2012 | 2039.3 |
1966 | 2018.9 |
2003 | 2012.0 |
*자료:국가기후데이터센터 |
2위는 2462㎜가 내린 1879년, 3위는 20세기 근대 기상관측 이후 가장 강수량이 많은 1990년(2355.5㎜), 4위는 1998년 2349.1㎜다.
이번 분석에서 연구팀은 1778~1907년 사이는 승정원일기에 나오는 측우기로 관측한 자료를 활용했고, 1908년 이후는 근대 강수량 관측자료를 활용했다.
장맛비가 1000㎜ 이상 계속 내리자 순조 임금은 기청제(祈請祭)를 올릴 것을 지시한다.
기청제는 기우제의 반대로, 비가 그치게 해달라고 하늘에 지내는 제사다.
신하들은 가을이 오기 전에 기청제를 올려도 되는 지, 전례가 있는 지 등을 논의한 끝에 서울 4대문에서 기청제를 올린다.
하지만 기청제를 올린 후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나흘 뒤 다시 기청제를 올렸다. 감옥의 죄수도 석방했다.
다시 7일이 지난 뒤에야 비가 그쳤는지 실록에서 비 이야기가 드디어 사라졌다.
1821년 여름 조선의 '핫 이슈'는 장맛비였던 셈이다.
연구팀은 10~12일부터 부산 해운대 한화리조트에서 열리는 한국기상학회(회장 손병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의 봄 학술대회에서도 이번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