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最古齡)으로 최고봉(最高峰) 등반을 꿈꾸던 산악인이 고지를 앞두고 숨졌다. 네팔 국적으로 올해 86세인 민바하두르 셰르찬이다.
7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셰르찬은 전날 오후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해 베이스 캠프에 머물던 중 숨졌다. 그를 검안한 의사는 고인이 심장 발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지 앞두고 심장마비로 사망 추정
일본인 산악인에 에베레스트 최고령 등정 기록 뺏긴 뒤 재도전 나서다 끝내 비보
올해 두 번째 기회를 노린 셰르찬은 지난달 에베레스트로 떠나기 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최고령 등반을 마친 뒤 유명해져 세계를 돌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다. 그러면서 수개월 간 훈련하는 과정에서 호흡에 문제가 없고 혈압도 정상이란 점도 강조했다.
1931년생인 셰르찬은 고산 지대에서 자란 덕분에 산소 흡입이 어려운 고산 질환을 겪지 않는다는 게 산악인으로서 장점이었다. 고산 등반과 인연을 맺은 건 1960년 히말라야 거봉 다울라기리(8167m)를 오르는 스위스 탐험대의 네팔 정부 연락관으로 임명되면서다.
셰르찬은 2003년 73세의 고령으로 이미 에베레스트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훈련을 위해 네팔 전역 1200㎞를 걸어 화제가 됐다. 이번의 '마지막 도전'을 앞둔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에베레스트를 생각하면 16살이 된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의 기록을 깨기 위해 도전을 한다"며 "나이는 성공의 장애물이 아니고, 내 결정이 젊은이뿐 아니라 노인의 자존감을 북돋우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