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도 증명된다. 다이슨의 2016년 매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한 25억 파운드(약 3조6200억원)로, 지난 4년간 수익은 2배 이상 성장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엔 다이슨의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가 바탕이 됐다. 스스로를 기술 기업(technology company)으로 부르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다이슨은 일주일에 7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무려 102억원을 오로지 연구 개발에 쏟아붓는다. 전 직원의 3분의 1인 3000여 명이 엔지니어이고, 전 세계에 출원된 특허 수는 8000여 개, 현재 다이슨 R&D부서에서 연구하는 신기술 프로젝트만 200개가 넘는다.
루버스 총괄은 "다이슨 공기청정 선풍기는 0.1㎛(1㎛는 백만 분의 1m) 크기 초미세먼지를 99.95% 정화하는 제품으로 필터를 200번 접어 만들어 작고 슬림하다"며 “이 제품은 3년 전부터 개발에 들어가 400여 개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든 끝에 출시했다”고 말했다.
초당 최대 200리터 공기를 유입한 후 최소 6배로 증폭시켜 깨끗한 공기가 공간 전체에 골고루 분사되도록 할 뿐 아니라 온도 조절 장치를 통해 원하는 온도로 유지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공기청정기와 선풍기, 냉온풍기의 기능을 합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제품 출시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다이슨을 지금의 독보적 위치로 올려준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1993년 첫 출시)는 개발에만 15년이 걸렸다. 그 긴 시간 동안 5000여 개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만들었다.
기업에 있어 시간은 곧 비용이다. 모든 회사가 연구 개발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못하는 건 비용이라는 현실적 이유 탓이 크다. 그런데 다이슨은 어떻게 그 장벽을 넘었을까. 루버스 총괄은 “‘이 정도면 됐지’라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며 "완벽한 걸 추구한다는 건 많은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엔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완벽하기 전에는 세상에 내놓지 않겠다는 다이슨만의 기업 철학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이슨 창업자이자 현재 수석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제임스 다이슨의 철학이자 고집이기도 하다. 루버스 총괄은 “이번 공기청정 선풍기에도 제임스 다이슨 수석 엔지니어의 고집이 반영되어 있다”며 “그 중 하나가 날개 부분과 모터 부분의 이음새 부분이 도드라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이슨은 기술력뿐 아니라 디자인으로도 주목받는 기업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다이슨을 애플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디자인 중심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루버스 총괄은 “다이슨은 디자인 중심 기업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기능을 먼저 생각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디자인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다이슨의 유명한 진공청소기를 예로 들자면, 먼지통을 투명하게 만든 건 디자인적으로 보기 좋아서가 아니라 제품의 작동 기술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루버스 총괄은 “처음부터 디자인을 염두에 두기보다 기술 집약적인 다이슨의 면모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루버스 총괄은 “어떤 회사는 마케팅 전략을 더 중요하게 여길 지 모르겠지만 다이슨은 무슨 문제든 기술적으로 접근해 해결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루버스 총괄은 현재 다이슨의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센터 소속이다. 2017년 2월 4785억원을 투자해 문을 연 다이슨의 새로운 테크놀로지 센터로, 베터리 셀과 인공지능·머신러닝 등 미래 기술 분야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글=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사진=다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