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오바마의 전기는 여러 권 나왔다. 그러나 『라이징 스타』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첫사랑을 소개해 주목을 끈다. 지은이는 그 사랑이 정치적 계산 때문에 버려졌다고 썼다. 오바마는 젊은 시절에 대통령을 숙명적으로 원했고, 이를 위해 독일과 일본계 혼혈인 쉴라를 버리고 흑인 미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발간된 오바마의 전기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Dreams From My Father)』에서 쉴라는 오바마의 백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을 닮은 '전 여자친구' 중 하나로 간단히 소개됐다. 쉴라도 오바마의 어머니처럼 인류학을 전공했다. 오바마의 어머니가 인도네시아에 초점을 맞췄다면, 쉴라는 한반도를 깊이 연구했다. 쉴라는 오바마와 다양한 혈통이 섞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바마도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기에 둘은 어렵지 않게 사랑에 빠졌다.
오바마 전기 『라이징 스타』WP 북리뷰
"첫 흑인 대통령 야망이 백인 연인 버린 계기"
첫사랑 그녀는 한국 근현대 정치 역사 전문가
둘은 결혼을 생각하고 양가 가족을 만나러 가기도 했다. 1986년 겨울 쉴라의 부모님을 찾아간 오바마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청혼한다. 쉴라의 부모님은 딸이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했다. 당시 오바마가 24살, 쉴라는 22살이었다. 그럼에도 둘은 같이 살았다. 시카고 대학 동창들은 그들의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오바마는 '정치적 스승'으로 모셨던 제레미야 라이트 목사에게도 그녀를 소개시켜주지 않았다.
쉴라가 둘 관계의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한 건 1987년 초였다. 오바마는 급작스럽게 너무나도 야심에 찬 사람이 되었고, 대통령이 되는 데에 모든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첫 흑인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부름(calling)'을 받았다고 믿었다. 스스로를 '다문화, 다인종'이라고 여겼던 정체성도 명확한 '흑인'으로 옮겨 갔다.
시카고의 흑인 정치 커뮤니티에서 흑인이 아닌 배우자는 부담이 된다. 전설적인 흑인 상원의원 리처드 H 뉴하우스 주니어(1924~2002)를 두고 "흑인이라고 해놓고 백인이랑 잔대"라는 뒷말이 나왔던 게 한 예다. 전 남편이 백인이었던 첫 여성 흑인 상원의원 캐럴 모슬리 브라운(69)은 "타 인종 간 결혼은 정치적 선택을 정말로 제한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인종과 정치에 대한 논쟁은 두 사람에게도 덮쳐왔다. 쉴라는 오바마가 "결혼 이야기를 질질 끌었다"고 회상한다. 가까운 친구들은 오바마와 쉴라가 결혼 문제로 종종 다퉜다고 증언한다. 오바마는 "한계가 명백해. 만약 내가 백인과 결혼하면, 나는 여기 설 자리가 없을 거야"라고 주장했고, 쉴라는 "틀렸어! 그건 이유가 될 수 없어!"라고 소리치며 다투다 간신히 화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오바마가 사랑하는 여인과 자기 운명 사이의 덫에 갇혀 있는 것 같다"고 썼다. 오바마는 하버드 로스쿨로 떠나기 며칠 전, 비로소 그녀에게 청혼한다. 그러나 이미 둘 사이는 상당히 금이 간 상태였고, 쉴라는 학위 논문을 쓰기 위해 서울로 갈 예정이었다. 쉴라는 당연히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할 거라 생각한 오바마의 태도에 분노했고, 수차례 다툼 끝에 결국 둘은 완전히 헤어졌다.
이듬해 쉴라는 하버드에 연구조교로 왔지만, 이미 오바마는 미셸과 진지하게 사귀는 중이었다. 오바마는 결국 흑인 정치인으로서의 커리어를 쌓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하버드에 머물던 1991년까지 드문드문 만났고, 이 때문에 쉴라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한다. 미셸과 결혼한 뒤에야 오바마의 쉴라에 대한 소유욕은 사그라들었다. 그 뒤엔 9.11 테러 이후 안부를 묻는 편지를 보낸다거나, '혹시 전기 작가한테 연락 안 받았느냐'는 전화를 걸어오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지은이는 오바마가 사랑도 정치적으로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미셸이었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자금 융자 상환에다 딸 둘을 키우느라 쪼들린 미셸은 "나가서 좋은 직업을 갖지 그래? 당신은 변호사잖아"라며 오바마에게 돈을 벌어오라고 바가지를 긁었을 뿐만 아니라 오바마의 정치적 성공에도 가장 회의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는 북리뷰에서 오바마의 젊은 시절에 초점을 맞춘 이 책 내용의 상당수가 불필요하고 터무니없이 길게 느껴진다며 악평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