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원래 슛 좋아요."
2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 안양 KGC인삼공사의 캡틴 양희종(33·1m94cm)이 경기를 마친 뒤 한 말이었다. 이날 서울 삼성을 상대로 신들린 듯한 외곽슛 능력을 선보인 양희종은 3점슛을 8개나 터뜨려 팀의 88-86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3.93점을 기록했던 양희종은 이날 적재적소에 터뜨린 3점슛으로만 24점을 넣으면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그는 "3점슛을 이렇게 한 경기에 8개나 넣은 적이 있냐"고 한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담담하게 "원래 슛이 좋았다"고 답했다.
우승 걸린 프로농구 챔프전 6차전서 3점슛 8개 폭발
부상, 통증에도 동료들에 '힘내라' 격려...솔선수범
그러나 알고 보면 양희종은 "원래 슛이 좋았다"는 말처럼 득점 감각도 있는 선수다. 고교, 대학 시절에는 가능성 있는 슈터였다. 삼일상고 시절엔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폭격하는 에이스였고, 연세대에서도 슈터로 인정받았다. 그는 '전자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고(故) 김현준 전 삼성 코치의 이름을 딴 '김현준 장학금'의 수혜자이기도 했다. 프로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수비력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득점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오명도 들었던 양희종은 소속팀의 우승이 걸린 큰 경기에서 슛이 폭발했다. 양희종은 "잡으면 쏘려고 나왔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편하게 던지려 했다. 감이 좋았다"면서 "후배들이 입맛에 맞게 패스를 잘 줘서 고맙다. 큰 경기는 항상 강하니까, 느낌 아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잘 펼치기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부상도 잦다. 지난 시즌까지 큰 부상만 꼽아봐도 10여 차례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 12월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5주 가량 뛰지 못했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이번 챔프전에서 양희종이 어깨, 발목 등 성한 데가 없었다.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삼성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우리도 진통제 먹어가며 뛰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양희종은 팀 주장답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큰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챔프전 2차전에서 상대 가드 이관희와 몸싸움 때문에 야유를 들으면서 시리즈를 치른 이정현은 "희종이형의 '힘내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희종이형이 없었으면 끝까지 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종은 "개개인이 강하지만 함께 뭉치면 더 강하다"는 말로 동료들을 자극시켰다. 말 그대로 '주장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 양희종의 모습에 유독 더욱 유쾌했던 올 시즌 챔프전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