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에서는 서울대 직원들이 학생들의 팔다리를 들어 밖으로 끌어냈다. “아들딸도 없느냐” “못 배워먹은 새끼”라는 고성이 오갔다. 끌려나온 학생들은 울부짖었고 교수와 직원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지켜봤다. 이튿날인 2일 성낙인 총장 명의의 담화문엔 본관 건물을 부순 학생들을 형사고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 최고 수준의 대학은 또 폭력으로 물들었다. 지난 3월 소화기 분말과 소화전의 물을 뿜어대며 충돌한 데 이은 참담한 광경이다. 갈등의 발단인 시흥캠퍼스 설립과 서울대의 미래에 관한 의견 대립, 학생들의 153일간의 본관 점거 등은 폭력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어느 한 쪽을 탓하기 어렵다. 학생들은 학교의 대화 제의를 여러 차례 거부했다. 일부 교수들이 ‘시흥캠퍼스 실시 협약 시행 유보’가 담긴 전향적인 대안을 제안했을 때도 “철회 아니면 안 된다”며 원칙론만 반복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져도 타협과는 거리가 먼 선택을 했다. 시흥캠퍼스 설립의 명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 못했고, 임수빈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이 총장실 앞에서 8일간 단식할 때도 성 총장은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성 총장은 임씨가 병원에 실려간 뒤에 그를 만나러 갔다.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대학 내부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대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학생 사회로부터 얻은 형식적인 동의를 마치 온갖 불법행위가 용인되는 백지수표인 양 행동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총학생회를 비판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대학본부가 그들의 주장이 옳지 않다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한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우수한 학생과 교수들이 모였다는 서울대라면 더 이상의 ‘치킨 게임’은 구성원들이 나서서 막아야 한다. 이겨도 자랑스럽지 않은 게임이다.
윤재영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