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하나의 중국(One China) 원칙을 폐기할 수 있다’거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압박하다 이를 돌연 번복했는데, 사드 비용 압박은 이보다 더 심하다는 지적이다. 사드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해 배치가 결정됐다. SOFA의 정식 명칭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사드 비용 재협상 발언 파장
트럼프, 외교·통상 상관없이
모든 현안서 경제적 이익 내려 해
전문가 “동맹을 돈으로 계산 땐
신뢰 깨진다고 미국에 얘기해야”
전문가들은 ‘트럼프식 대차대조표’를 문제로 꼽는다. 외교안보·통상 등 분야와 상관없이 모든 현안을 한 테이블에 올리고 경제적 이익을 낼 수 있는 유리한 협상 카드면 써버리는 식이란 설명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슈 연계 성향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지금은 사드 비용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야기하지만 방위비분담금을 대폭 늘리라거나 항공모함 배치 등 전략자산 전개 비용도 내라고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런 식의 한국 자극은 반미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어 결코 미국에도 유리하지 않다”며 “동맹을 돈으로만 계산하면 상호 공유해 온 가치가 훼손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는 ‘세계 경찰’이 아니라 ‘용병’처럼 돈만 따지는 식이면 신뢰가 깨질 수 있다고 미국에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돌출행동으로 인한 동맹·우방국들의 신뢰 약화는 결국 미국의 외교적 비용이 된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필리핀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의장성명에는 미·중 갈등 사안인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해 노골적으로 중국 뜻을 반영한 문구가 담겼다. 외교가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의지했던 아세안 국가들이 트럼프 출범 이후 미국의 의지가 약해졌다고 보고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튿날인 30일(현지시간) 급히 태국·싱가포르 정상에게 전화해 미국 초청 의사를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은 한국의 반미 정서와 대미 신뢰 상실이 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라는 점을 잊지 말고, 한국 역시 이번 사드 비용 논란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한·미 동맹 자체 문제로 확대 해석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남궁 교수는 “동맹국 간에도 국익은 다를 수 있다는 전제하에 새 정부는 한·미 협력관계 구축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관진 "사드 비용 논의 사실무근”=한편 논란이 된 사드 배치 비용과 관련해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 측이 문서로 한국 정부에 사드 배치 비용 분담을 논의하자는 뜻을 전달했고 이를 받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비용 부담을 우리가 질 수도 있다’고 알렸다”는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김 실장은 이날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신청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