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바른정당 의원 탈당, 대선 변수 되나

중앙일보

입력 2017.05.02 21:01

수정 2017.05.03 01:42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바른정당 의원들이 어제 무더기로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고 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1월 창당된 바른정당은 98일 만에 반토막 나 존폐 위기를 맞고 크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한 보수 연합이 필요하다는 게 탈당 명분이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지지율이 높은 홍 후보 쪽으로 몰아줘야 ‘좌파 정권’ 탄생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생각해 볼 수 있는 주장이다. 대동단결을 외치는 목소리엔 보수 후보 단일화를 기대하는 보수 유권자의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다. 당선 가능성 없는 후보가 완주를 고집해 중도·보수 표가 분열되는 걸 걱정하는 우려감이다. 어차피 정당이란 선거로 권력을 잡자는 게 목적인 정치적 이익집단이다. 현실적 여건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이상과 대의(大義)만을 무조건 내세우는 게 절대 선의 정치라곤 할 수 없다.

문재인 집권 막는 보수단일화라지만
탄핵반대당 복당은 창당정신 어긋나
새로운 보수 세우려는 노력 계속되길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탈당은 명분이 약한 일이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낮은 후보에게 단일화를 내세워 사퇴를 압박하는 건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 더구나 자기들이 만든 규칙으로 뽑은 자기 당 후보가 TV토론 등에서 선전하고 있다. 낮은 지지율의 책임을 몽땅 후보에게 떠넘긴 채 이제 와서 버리는 건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다. 바른정당은 창당 당시 ‘진정한 보수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코앞의 대선을 고려하면 단일화 주장은 현실성도 의심이 든다. 정치 행위가 목적대로의 위력을 발휘하려면 국민 공감과 감동을 불러내야 한다. 단일화 요구라고 다를 게 없다. 명분과 원칙 없이 정치 공학으로 만들어진 야합이라면 유권자의 신뢰와 호응을 받기 어렵다. 가치와 정책을 팽개친 채 그냥 누구에게 맞서 보자는 건 힘이 약하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단일화를 외치고 있으니 뭔가 또 다른 정치적 목적 때문이란 의심을 산다.
 
바른정당은 비박계 의원들이 중심이 돼 만든 당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하고 대안 보수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들이 같이할 수 없다던 한국당엔 변화가 없다. 홍 후보마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에 호소하는 마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복귀란 설득력이 떨어진다. 내년 지방선거와 이듬해 총선의 유불리만 따진 정치 계산 때문으로 비칠 뿐이다.


보수는 진보와 더불어 사회를 지탱하는 양 날개다. 보수의 몰락은 한국 정치의 커다란 위기이고 모두의 불행이다. 그렇지만 지금 보수에 필요한 건 ‘묻지마 단일화’가 아니다. 합리적 보수의 재건이 더 무겁고 시급한 일이다. 바른정당은 당장은 어려워도 국민 지지를 받는 큰 길로 가야 한다. 보수의 새 가치를 지켜내고 보수층을 대변하는 노선과 정책을 분명히 해야 보수 유권자의 마음을 살 수 있다. 그게 바른정당의 창당 정신이다. 보수 재건의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