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커덩!“
판자에 연결된 스프링이 풀리며 입구는 닫혀버린다.
야생에서 생활하는 유기견의 후손들
덫을 설치한 지 3주가 지났지만 들개가 잡혔다는 소식은 없다. 고양이만 두 마리 잡혀 풀어줬다. 매일같이 미끼로 걸어 놓은 먹이만 사라진다. 덫을 작동시킬 만큼의 무게가 나가지 않는 새끼 고양이나 새들의 소행이다.
덫을 관리하는 방범대원 김희성(58)씨는 “개들이 머리가 좋아서인지, 봄이 와 배를 덜 곯아서인지 덫을 설치한 이후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대뿐 아니다. 도심 일대에 심심찮게 ‘들개’가 나타나 시민들을 위협한다. 편의상 ‘들개’라고 부르지만, 생물 분류 체계대로 따지자면 ‘들개(Wild Dog)’가 아니다. 엄밀한 의미의 들개는 아프리카나 호주에 서식하지만 한국에는 없다. 시민을 위협하는 들개는 말 그대로 ‘야생에서 생활하는 개’로, 대부분 단독주택에서 키우던 중형견 이상의 개들이 버림받은 뒤 산 속에서 생존하다 번식한 ‘후손’들이다.
지난해 겨울 열 번 넘게 서울대 기숙사에서 ‘들개’를 봤다는 방범대원 김씨는 “몸길이 60㎝, 키 40㎝ 정도로 엄청나게 크지는 않다. 시골에서 많이 보던 개들 같다. 민가에서 버린 유기견이 새끼를 치면서 덩치가 커지고 야생성을 갖춰 가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과거엔 사람의 손을 탄 ‘애완견’이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야생성이 커져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는 “야생에서 자란 개들이라 사람 자체를 피하는 경향이 있고 공격성이 크지는 않지만, 배가 고프면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 때문에 위협을 느낀다는 시민들의 신고가 많아 서울시 각 구는 ‘들개잡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마취총이나 포획틀만 사용할 수 있고, 사살은 안 된다. 환경부가 “위험 정도가 크지 않다”며 들개를 야생동물이 아닌 유기동물로 분류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번식 속도는 빠른데, 다치지 않게 잡아야 해서 개체 수를 줄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잡힌 개들은 각 자치구의 동물보호센터에서 20일간 보호하다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한다. 지난해 서울시는 ‘들개’ 115마리를 잡았다. 49마리는 새 주인을 만났고, 3마리는 원래 주인에게 돌아갔다. 나머지는 안락사됐다.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