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일본 여행을 떠나는 30대의 여행사 직원 성수연 씨는 여행 목적지에 따라 캐리어를 바꿔 든다. 일본 시골로 여행을 갈 때는 커다란 캐리어를 챙기지만, 오사카·도쿄 등 인기 목적지로 떠나는 여행이라면 주저 없이 20인치 이하 소형 캐리어를 기내에 들고 탄다.
“오사카 간사이공항이나 도쿄 나리타공항은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으로 사시사철 붐벼요. 입국 수속을 받고 수화물을 찾는데 1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인 단체 여행객하고 겹치기라도 하면 2시간도 감수해야 해요. 수화물을 부치지 않으면 그만큼 시간을 아끼고 공항을 빨리 빠져나갈 수 있죠.”
작은 캐리어만 들고 가는 대신 성씨는 캐리어 손잡이에 끼울 수 있는 보조가방을 꼭 들고 간다. 평소에는 손바닥만하게 접히고 무게도 가볍지만, 펼치면 일본에서 쇼핑한 과자나 동전파스 같은 물품을 한 가득 채울 수 있어 편리하단다. 공항철도 등을 타고 다닐 때 가방이 멋대로 굴러다니는 걸 막기 위해 멀티벨(바퀴 4개)보다 바퀴 2개만 달린 캐리어를 선호한다. 요즘에는 바퀴 스토퍼(stoper) 기능이 있는 무인양품 캐리어를 즐겨 든다.
“한동안 정장이 구겨지지 않도록 커다란 캐리어만 고집했어요. 캐리어 안에 잡다한 주머니가 없는 걸 골랐죠. 이래나 저래나 옷이 구겨지는 건 매한가지라 이제는 숙박하는 호텔 세탁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는 편이에요.”
캐리어 크기를 줄인 대신 그가 중시하는 캐리어의 조건은 ‘수납 시스템’이다. 핸드폰 충전기 노트북 충전기를 바로바로 꺼낼 수 있도록 수납 주머니가 세분화된 캐리어를 선호한다. 그래서 카메라 가방으로 유명한 호주 브랜드 크럼플러의 캐리어를 드는 날이 많아졌다. 천으로 만들어 가볍고, 수납 주머니가 많은 게 장점이다. 속주머니를 구멍이 숭숭 뚫린 매시 천으로 만들어서 내용물을 확인하기 쉽단다.
닐이 당부하는 캐리어 선택 요령이 한 가지 더 있다. 미국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캐리어 잠금장치가 미국 교통안정청(TSA)이 승인한 제품인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미국은 수화물 검사 때 불시에 캐리어를 여는 경우가 있는데 TSA 승인 제품은 마스터키로 쉽게 잠금이 풀린다. 반면 미승인 제품의 경우 잠금장치를 부수고 캐리어를 열어버린다. 비싼 캐리어를 더이상 못들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를 막으려면 캐리어 스펙을 꼼꼼히 들여다봐 TSA 인증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30대 항공사 직원 정한별씨는 유럽 출장과 여행이 잦은데 울퉁불퉁한 유럽 구도심 도로에서도 매끄럽게 굴러갈 수 있는 캐리어의 기동성을 중시한다. 정씨가 바퀴의 내구성이나 소음 정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인생템'으로 꼽는 제품은 캐리어계 명품으로 불리는 리모와다. 알루미늄·마그네슘 재질의 가볍고 튼튼한 케이스, 5년 무상 에프터서비스(AS) 등을 따지면 캐리어 하나에 100만원(30인치 기준) 정도의 값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씨는 캐리어를 고를 때 되도록 튀는 색상을 선택하라고도 조언한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