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을 하루 앞둔 한석희 상하이 총영사가 옆구리를 툭 친다.
2017 상하이 모터쇼 현장 취재
중국 로컬 자동차의 맹 활약
해외 고급 브랜드 총 출동
세계 최고 자동차 클러스터 형성 중
한 소장, 상하이 모터쇼 지금 하고 있잖아요. 거기 다녀가시죠. 아마 한 소장이 특파원 생활할 때 하고는 많이 다를 겁니다. 독자들에게 생생한 얘기도 전해주시고…
그렇게 '2017 상하이 모터쇼' 취재가 시작됐다.
로컬(중국)기업, 전시관을 장악하다
상하이VW(上海大衆), 상하이GM, 상하이GM우링, Buick, Chevrolet, Cadilac…상하이자동차그룹이 생산하고 브랜드는 많다. 그중에서도 룽웨이 브랜드 승용차를 강조하고 싶은 이유는 뭘까...
그 이유를 알면 상하이 자동차의 역사를 대충 알 수 있다.
상하이에 자동차가 처음 들어온 건 1901년이었다. 이후 상하이가 국제도시로 성장하면서 자동차는 늘어났고, 공산화되기 직전 약 3만 대가 굴러다니고 있었단다. 아시아의 자동차 도시라고 할만했다. 물론 모두 수입해온 차다. 자동차가 있으면 수리점이 있어야 하는 법, 1910년 프랑스 조계지에 상하이엔진공장(上海汽车发动机厂)이라는 이름의 자동차 수리센터가 생겼고, 그게 성장하고 성장해 오늘의 상하이자동차로 발전했다.
그런 식이다. 광저우자동차(廣汽)는 혼다와, 우한의 동펑(東風)은 프랑스 지트로앵과, 베이징자동차(北汽)는 현대와, 창춘의 이치(一汽)자동차는 폭스바겐 등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물론 시장을 주고 말이다.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 5: 상하이의 상치(上汽), 창춘의 이치(一汽), 우한의 둥펑(東風), 광저우의 광치(广汽), 베이징의 베이치(北汽) ....이 밖에도 지리(吉利), 화천(華晨), 창청(長城), 장링(江鈴), 치루이(奇瑞) 등의 로컬 메이커가 있다.
룽웨이는 상하이자동차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로 독자 개발한 모델이다. 상하이VW이 외부에서 데려온 양아들이라면, 룽웨이는 자기가 직접 낳은 친자식인 셈이다. 그런데 이놈이 싹수가 있다. 알리바바와 함께 만든 이 자동차는 알리바바가 개발한 첨단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고, 알리바바의 모바일 기술을 흡수했다. 핸드폰으로 작동하고, 알리페이로 주유를 하는 식이다. 기존 자동차 기술에 중국 IT기술을 융합한 것이다. 외국 기술을 베끼는데 주력했던 중국 자동차 회사가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술을 장착하고 있다. 작년 30만 대를 팔았고, 올해는 50만 대를 목표로 한단다.
중국에 자동차 산업은 멀고도 먼, 도저히 서구 기업을 따잡을 수 없는 분야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한 번 해볼 만한 영역이라고 입맛을 다시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 대수가 미국을 따라잡은 건 2010년이다. 그후 격차를 벌려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총 생산량은 2812만 대, 1750만 여대를 기록한 미국을 1000만 대가량이나 웃돌았다.
더 무서운 건 중국 내에서 자동차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上汽), 창춘(一汽), 우한(东风), 광저우(广汽), 베이징(北汽)등에 거대 자동차 단지가 형성된다. 이들 지역은 부품에서 완성차에 이르기까지의 완결된 생산체제를 형성해나가고 있다.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도입 때 부품의 70%를 한국에서 가져왔지만, 이제는 거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달한다. 엔진도 중국에서 만든다. 10년 후 세계인들은 디트로이트가 아닌 상하이, 또는 창춘을 세계 최대 자동차 공업도시로 꼽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상하이에서 특파원 생활을 할 때만 하더라도 상하이 모터쇼의 완성차 전시장은 2~3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8개에 달했다. 그것도 1,2,3,4,5호 관까지는 중국 업체와 그 산하 합작사가 채웠다. 중국 자동차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준다.
외국 브랜드의 경연, 그들은 왜 상하이로 몰렸나
설마 팔려고 내놓은 건 아니겠지? 아냐, 그래도 저걸 사는 사람은 중국인밖에 없을 거야…
6관과 8관은 대부분 외국 브랜드 차량이 꽉 잡고 있다. 아우디, 캐딜락, BMW, 링컨콘티넨털, 렉서스, 재규어, 볼보, DS… 세상의 고급 차량은 다 모여있는 듯싶었다.
이거요? 50만 위안(약 8250만 원)정도 합니다. 오늘 3대 가계약했습니다.
링컨콘티넨털 전시장에서 만난 딜러 펑허(馮核)씨의 설명이다.
기술 추격에 매진해왔던 로컬 업체들은 서서히 기술 독립을 이뤄나가고, 부품업체들은 공급선을 따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소득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마이카 꿈에 부풀어있고, 외국 메이커들은 그 소비자를 노리고 달려든다. 거대한 자동차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고, 그 속에서 공급체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바로 우리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차이나랩 한우덕